제207장 임신

민여정이 가자 디자인팀도 정상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는 민여정이 디자인으로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끔 그녀한테 작은 디자인 일을 맡겼고 그녀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가 매번 디자인을 바치러 올 때면 나는 아주 피곤했다. 사실 배지훈의 일이 원래는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사과하려면 그녀는 손을 저었다. "괜찮아, 나도 좋은 일자리 구했잖아, 사과할 필요 없어." 결국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는데 인사팀에서 또 소식이 왔다. 민여정이 바로 여진아의 자리를 대신해 고급 비서가 된 거였다. 여진아가 그때 충분히 모두를 놀라게 했다면 민여정의 일은 배씨 가문 사람들한테도 영향이 되었다. 배윤성이 나를 찾아왔을 때, 눈빛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형수, 미안해요,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선배를 소개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제 사업 연회에도 작은형이 선배를 데리고 갔다고..." "괜찮아, 비서니까 같이 가는 것도 정상이지."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보았고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배지훈이 민여정을 데리고 사람을 앞에 서는 게 처음이 아니었다. 전에 여진아를 데리고 다닐 때는 그래도 조심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민여정을 자기 여자 친구라고 생각했다. 배윤성이 계속 사과했지만 나는 그의 탓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몰랐다. '배지훈을 탓해? 하지만 날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 나는 이 일이 내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것 같았다. 지금 손에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매일 아주 바삐 돌았다. 회사에 소문들이 많이 돌았고, 다들 굴러온 민여정이 박힌 나를 빼버릴 거라고, 내가 쫓겨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이 어떻든 나는 계속 일해야 했다. 특히나 배진호가 가끔 나타나서 나를 힘들게 했기에 나는 배지훈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정상적으로 살아있으면 되는 거였다. 다행히 배윤성이 나를 도와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