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1장 위선자

나는 분노에 찬 민여정을 무시하고 박스를 들고 회사를 나왔다. 회사 대문을 나온 순간, 나는 긴 숨을 내쉬었다. 전에는 적어도 일을 사랑했기에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짜 떠나도 별거 아닌 것 같았고 생각했던 만큼 고통스럽지 않았다. 나는 물건을 들고 병원으로 돌아왔고 정말 금고라도 구해서 물건을 넣어둬야 하는지 고민했다. 내가 박스를 들고 오자 성문걸은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직장 바꾸게요?" "염라대왕님께서 아직 절 안 받네요, 공무원 시험 봐야겠어요." 우리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고 아무도 이 일에 관해 더 말하지 않았다. 몸이 제일 중요했기에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평생을 바삐 돌았기에 쉬어야 할 때도 되었다. 성문걸은 말을 독하게 하지만 일은 아주 잘했기에 나에게 또 회복 방안을 엄격하게 짜주었다. 약을 먹고 매일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 말고도, 나의 삼시세끼를 엄격하게 조절하였다. 하지만 성수지는 내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가끔 맛있는 걸 사주었는데 그러고는 성문걸한테 된통 혼났다. 내가 퇴사하고 나서 배성 그룹은 바람 잘 날 없이 기사가 끊이질 않았다. 인터넷에는 온갖 추측이 가득했다. 나 때문에 배성 그룹의 많은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퇴사한 거라고 많이들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민여정은 정말 날 무서워했기에 그런 글이 올라오기만 하면 바로 삭제해 버렸다. 일주일 뒤, 나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고 문현수도 나를 보러 왔다. "나 배지훈이랑 계약 해지했어." 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의아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육교 프로젝트 협력 안 한다고?" 문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주 디자이너가 아니잖아, 사실 낙찰된 것도 규정에 맞지 않았어, 디자인도 수정됐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말한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의 디자인이 확실히 심사에 통과했지만 민여정이 또 수정했고 윗선한테서도 문제가 생겼기에 이 프로젝트가 아마 지체될 것이었다. 심사가 끝나려면 얼마 걸릴지 모르는 거였고 배성 그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