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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장 작별 인사

그날 나는 배지훈한테 수많은 말을 했었다. 그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말했다. 대학교 때, 내가 어떻게 그를 쫓아다녔는지, 어떻게 몰래 그를 도와 일자리를 구해줬는지, 나중에는 내가 출국했고 암에 걸린 것까지 말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 그 어린 생명이 내 뱃속에서의 움직임까지도... 그가 깨어있으면 절대 말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모든 걸 그한테 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날이 밝아져서야 겨우 말을 다 했지만 그는 여전히 깨지 않았다. 역시나 영화에서 거짓말하는 거였다. 이렇게 깊게 기절한 사람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내가 뭐라고 하든 그를 자극할 수 없었다. 그가 어제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자 나는 갑자기 깊은숨을 내쉬었다. '할 말 못 할 말 모두 했으니까, 나중에 내 탓 하면 안 돼.' 나는 별다른 표정 없이 병실을 나왔는데 마침 아침 일찍 온 배윤성을 만났다. 그는 어제 한숨도 못 잤는지 눈 밑이 까맸다. "형수? 어제 계속 여기 있었어요?" "응, 지훈이 보러 왔어." 나도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한마디를 더 보탰다. "앞으로는 안 올 거야." 이미 배지훈과 작별 인사를 했기에 앞으로 다시는 안 올 것이었다. 배윤성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말하지 않았다. 그는 옆에 있는 경호원을 보더니 결국 내 옆에 와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제가 병실로 데려다줄까요?" 그가 할 말이 있어 보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실에 돌아오자 배윤성은 해맑던 전과는 달리 간절한 얼굴을 하고 나한테 사정했다. "형수, 제발 회사로 돌아와 줘요, 회사가 정말 난리 났어요." "큰형이 미친 것 같아요, 마음대로 프로젝트를 거두고, 갑자기 사람을 바꿔요, 디자인팀이 지금 매일 야근해요." "형수, 더 안 돌아오면 저 더는 못 버텨요, 제발요." 배성 그룹이 확실히 문제가 많은 것 같았다. 배윤성은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수염도 깎지 않았는데 많이 지저분해 보였다. 나는 난감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윤성아, 민여정이 임신했어." "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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