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장 좋게 헤어지자

"당연히 가능성 있지, 내가 널 사랑하잖아, 그거면 됐어." 배지훈은 고집스럽게 나를 바라보았고 눈에 눈물도 글썽였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가 처량해 보였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둘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같이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가볍게 그의 손을 밀어냈다. "지훈아, 우리 사이에는 사람 목숨이 있어." 나는 손으로 내 배를 만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닌 거 알아, 네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아이가 죽었어." "처음부터 남길 수 없는 아이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죽었다고." '네가 직접 죽였다고.' 내가 성모 마리아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쉽게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없었고 그와 같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멍해지더니 이내 나를 꽉 잡았다. "잘못했어, 모두 내 잘못인 거 알아, 나 용서하지 않아도 돼." "이혼만 하지 말자, 응? 나중에 또 아이가 생길 거야, 우리한테 아이 생길 거야." "그럴 리 없어." 나는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한테 아이는 없어, 네 아이는 민여정 뱃속에 있어." "지훈아, 우리 둘 사이에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너랑 민여정 아이도 있어." "그리고 배씨 가문에서, 네 할아버지도 그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네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거 알아, 그러니까 좋게 헤어지자." 내 손을 잡고 있던 배지훈의 손이 스르르 흘러내렸고 눈물도 흘러나왔다. 나는 눈을 감고는 단호하게 돌아섰다. 배지훈이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 여진아의 아이도 마음 아파서 지우지 못했는데 민여정의 아이는 오죽할까. 나는 그가 민여정이 자신한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줘서 자기가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배씨 가문에서 민여정을 유학 보내긴 했지만 그는 그 은혜를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도 민여정의 아이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는 건 바로 자연스럽게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그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