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장 가족분 사인

나는 어르신이 민여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민여정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배씨 가문에서 그 아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배지훈의 지금 상황으로는 3년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약 성분 때문에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어르신은 당연히 증손자가 있기를 바랐기에 당연히 배지훈의 아이가 후계자가 되는 걸 원했다. 하지만 강유나의 말이 맞았다. 공항에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강하연, 너 왜 지훈이한테 질척거려? 대체 걔한테 뭐라고 한 거야?" "나한테 절대 배씨 가문에 있지 말래, 네가 그랬지, 천박한 년!" 쌍스러운 민여정의 말이 휴대폰에서 들려오자 나는 얼른 전화를 꺼버렸고 성문걸은 덤덤하게 말했다. "유나 말이 맞아요, 가까이하지 마세요." "벌써 유나라고 하는 거예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조금 전 민여정의 번호를 차단했다. 1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나한테 욕하는 메시지를 잔뜩 보냈다. '배지훈이 그래도 아이는 원하겠다는 거 아니야?' 생각하다가 나는 성문걸한테 나를 먼저 회사로 데려다 달라고 했고 당분간 병원에 안 가겠다고 했다. 지금 내 컨디션이 좋았기에 약만 잘 먹고 힘들지 않으면 정상인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머리도 조금 자라나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연속 며칠 나는 매일 회사와 집만 다녔다. 신승윤은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데려온 사람들도 모두 괜찮았다. 다들 순진한 대학생이라 일도 열심히 했고 똑똑하기도 해서 하나 알려주면 열을 알았기에 디자인하기도 아주 쉬웠다. 장이서도 많이 활발해졌고 드디어 대학교 때의 그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순조롭다 보면 또 안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날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회사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민여정이 내 사무실 앞에 있는 걸 보았다. "장이서, 나랑도 같은 숙소였잖아, 왜 강하연만 도와주는데?" "우리도 4년 되는 우정이잖아?" 며칠 못 봤더니 민여정의 상태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