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장 불길한 예감

큰어머니는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고, 돈이 많았지만 아주 쪼잔했다. 명절 때면 별것 아닌 선물을 가져오고는 매번 배씨 가문에서 비싼 물건들을 가져갔었다. 어르신은 매번 그녀가 재벌이 아니고 졸부라서 진짜 재벌과 다르다고 했었다. 어르신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배진호가 훌륭했기에 큰아버지가 일가가 집에 오는 걸 허락했었다. 나와 배지훈이 결혼한 지 오래됐지만 그녀는 나한테 웃은 얼굴을 한 적이 없었고 선물도 하지 않았었다. 나중에 여진아한테 잘해준 것도,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 민여정한테 잘해주는 거지?' 그녀와 같은 사람은 무조건 이익이 있어야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민여정의 얼굴을 바라보고 또 건강식품을 보았지만 그래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큰어머니는 내가 건강식품을 보고 있자 얼른 하인더러 가져가라고 했다. 민여정은 다정하게 그녀의 팔짱을 꼈다. "큰어머니가 제일 잘해준다니까요." 작은어머니는 옆에서 나를 보며 눈썹을 치켜세웠고 입을 삐죽거렸는데 확실히 그 둘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민여정이 또 바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 진지한 척하더니, 바로 큰어머니가 배진호의 친엄마라는 걸 까먹은 것 같았다. '적의 친엄마가 이렇게 잘해주는데, 의심하지도 않고 오히려 친하게 지낸다고?' 자는 척하는 사람을 깨우지 못하기에 나도 더 말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두었다. 큰어머니는 나를 비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젊은이를 아끼지 않는 어른이 어디 있어? 전에는 그냥 어떤 사람들이 지훈이 뒤를 못이을까 봐 그런 거지." "지훈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갔으니, 우리가 당연히 아끼지, 그래도 다행히 지금 너랑 뱃속에 아이가 있잖아." 그녀가 나한테 아이를 못 낳는다고 계속 말했었기에 나는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민여정이 멍청한 모습을 하고 나를 비웃는 걸 보니 심경이 복잡해 났다. "저 사람 아들이 배진호야." 나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큰어머니를 잡고 있던 민여정은 갑자기 멈칫했고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