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장 모순덩어리

민여정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녀가 당황해하며 배지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지훈이 그녀를 밀어냈다. "또 무슨 짓 하는 거야? 집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어?" "훈아, 아이가, 아이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유산할 것 같대." "훈아, 우리 아이, 우리 아이 어떡해?" 민여정이 다시 배지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지훈이 피했다. "나 의사 아니야, 가서 의사 찾아, 왜 날 찾아왔는데?" 그런 차가운 말을 나는 수도 없이 들었다. 결혼하고 나서 배지훈이 나한테도 그랬다. 신혼 때 조금 달콤했던 것 말고는 나중에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을 숨겼고 두 사람한테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민여정이 계속 사정하고 있었지만 나는 배지훈이 나를 빤히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은영이 더는 봐줄 수 없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민여정이 정말 기절해 버렸다. "괜찮아요? 민여정 씨?" 역시 경찰인 마은영이 제일 먼저 반응했지만 그래도 늦었다. 강유나가 손을 내밀려고 했지만 결국 손을 거두고는 내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나는 강유나가 민여정을 싫어해서 지금의 배지훈까지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민여정은 이미 기절해 버렸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배지훈은 그제야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에는 이상한 감정이 흘렀고 그가 민여정을 들어 안았다. "하연아, 우리 일은..." "먼저 의사한테 가 봐, 아이가 중요하잖아."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배지훈은 내가 이렇게 통쾌할 줄 몰랐는지 멈칫하더니 바로 민여정을 데리고 나갔다. "역겨워." 강유나는 또 눈을 흘겼다. 배지훈이 가자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얼른 가라고 했다. 내가 확실히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민여정의 비참한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이가 없어진 걸 알았을 때, 나도 저런 눈빛이었나?' 하지만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침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