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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서 씨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경멸에 찬 말투로 주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 노리고 그날 밤 날 받아준 건가? 어쩌면 내 동료가 날 배신한 것도 당신과 관련 있을 수도 있겠군!” 주희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그럴 리 없잖아요. 난 그냥 평범한 자원봉사자일 뿐이에요.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그런 엄청난 일을 버리겠어요?” 서 씨 어르신은 그제야 날카롭던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애 지우는데 돈이 필요해서 온 거야?” 주희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 아니에요.” “그럼 왜 왔지?” “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난 내 아내를 사랑해! 우린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어. 대외적으로 난 책임감 있는 남편이고 좋은 아빠야! 이런 난잡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아이 지워. 돈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줄게. 보상이 필요하면 그것도 해줄 수 있어. 원하는 숫자만 얘기해!” 주희진은 울음을 터뜨렸다. “나 아파요!” “아픈 사람 같아 보이네!” “난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해요. 아직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직 세계 일주도 이루지 못했단 말이에요. 연애도 못 해봤고….”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난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 한다고요.”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지우면 아마 수술 과정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주희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서 씨 어르신이 물었다. “무슨 병이길래 그래?” “심장병이요.” 주희진이 말했다. 어르신이 오래도록 아무 말이 없자 주희진은 애처롭게 애원했다. “난 죽고 싶지 않아요. 아직 10년이나 남았어요. 부탁할게요. 아이를 낳게 해줘요.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거절했다. “안 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매몰차요?” 주희진이 울며 물었다. 하지만 서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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