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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구경민은 아버지뻘 되는 영감에게 무릎 꿇고 받아달라고 사정하면서까지 그의 손길을 거부하는 고윤희를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그녀의 단호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거대한 좌절감이 몰려오고 분노마저 치솟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여전히 조용하게 주대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고윤희를 바라보았다. 주대규도 너무 냉철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야, 임산부! 난 말이야. 네가 임신했다고 싫은 게 아니야. 죽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부양하려는 마음은 갸륵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난 널 받아줄 수는 없어. 넌 서울 구경민 대표의 여자잖아.” 그러자 고윤희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주 사장님, 제 모습을 봐봐요. 서울 구 대표가 정말 저를 사랑해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럼 그 사람이 멍청한 거죠. 어떤 남자가 저 같은 것을 원하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구경민… 구 대표는 저를 버렸어요. 그 사람이 저를 원했다면 어머니를 모시고 제가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고요.” 주대규는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며칠 전에 보였던 고윤희의 행동에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보내자니 불쌍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얼굴도 꽤 예쁘고 분위기가 있었다. 행색은 정말 초라해도 귀티 나는 분위기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역시 대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런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아이만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잘하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잠깐 고민을 마친 주대규가 말했다. “그럼 앞으로 내 말만 따르겠다고 약속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야. 약속할 수 있어?” 고윤희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그럼 만약에 말이야….” 주대규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그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악덕 사장은 아니었다. “사실 내 생각은 이래. 난 너를 정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네. 그건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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