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9화
심설은 심지산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었다.
바닥에 엎드핀 심설은 티베탄 마스티브가 입었던 옷을 입고 목줄을 찼다. 그 모습을 본 심신해는 무척 기뻐했다.
공주님같은 심신해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듯 심설을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집에는 심신해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심신해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정도 놀고 나니 지쳐버렸다.
심신해는 발로 심설을 차며 말했다. “강아지야, 너도 좀 쉬어. 나는 아주 착한 주인이거든. 나 이제 밥 먹으러 갈 건데 너도 뭐 좀 먹을래?”
그 말을 들은 심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심설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굽혀 말했다. “공주님, 여기 오기 전에 먹어서 배는 안 고파. 나...새 옷 입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나 주려고 찾아둔 옷, 그 옷들 어디에 뒀는지 알려줄래?”
심설은 머뭇거리다 웃으며 말했다. “공주님, 너 밥 먹을 때 네가 준 옷 입어봐도 될까?”
심설은 심신해가 "윗층 내 방에 있어”라고 알려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설은 생각지 못한 답을 들었다. “엄마가 옷 치워서 다 마당 밖에 창고 옆에 갔다 놓았어. 가져가.”
마당 밖, 창고 옆이라고?
거기는 분명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
심설은 적잖게 실망했다.
찾아보려 했지만 집안에는 귀중한 물건이 전혀 없었다. 오늘은 틀려먹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오기로 결심했다.
심설은 바로 기대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나 옷 보러 가도 되지?”
심신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가 봐!”
심설은 재빨리 집에서 나와 잡화실로 달려갔다. 안에는 큰 옷 보따리가 놓여있었다. 높이가 족히 사람 키 절반은 되어 보였다.
심설은 보따리를 풀고 옷을 골라보았다. 보따리 속에는 온통 좋은 옷이었다.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열몇 살 먹은 아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었다. 예쁜 게 싫은 여자아이가 어디에 있는가?
심설은 구석에 앉아 기분 좋게 옷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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