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96화
부소경은 이 모든 말을 대충 뱉어냈다.
하지만 진문옥은 마치 큰일이라도 닥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줄곧 가지고 있던 부잣집 사모님의 오만방자함과, 존귀함, 응당함과 고고함은 다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녀는 갑자기 마치 생사를 넘나드는 노인이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연약하게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투는 더 연약했다.
“소경… 소… 소경아… 아니 아니… 도… 도련님… 내 모습을 좀 봐… 내가 얼마나 늙었는데…”
그녀는 말을 더듬거렸다.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불쌍했다.
“나도 이제 일흔이야.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이제 얼마 못 살아. 내가 네 아버지 정실부인인 걸 봐서, 제… 제발 나 좀 봐주면 안 될까? 나… 네가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게. 너네 집에서 가사도우미라도 하라고 하면 그거도 할게. 앞으로 이 저택 안에서 네가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 지금 당장 네 아버지랑 이혼하라고 하면, 바로 이혼 수속 밟으러 갈게. 나… 죽어서도 네 아버지랑 같은 곳에 묻히지 않을게. 부 씨 집안의 묘지에도 들어가지 않을게. 응? 그래도 안 될까?”
이 말을 뱉어내고 있을 때, 진문옥은 당연하게도 자신이 지금 무척이나 굴욕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부 씨 집안을 위해 쏟아부었다. 마지막에는 친아들까지 전부 죽어버렸고, 평생을 함께한 늙은 동반자와 이혼까지 해야 한다. 게다가 부 씨 집안의 묘지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니. 이 얼마나 굴욕스럽고 억울한 일인가?”
하지만 아무리 굴욕스럽고 억울해도, 지금은 목숨을 부지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녀는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진문옥은 무척이나 건강했고, 90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는 몸이었다.
지금부터 30년은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정신병원에 들어가 환자들한테 둘러싸이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 의사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건 정말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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