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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나 마음에 트라우마 같은 게 생겼나 봐.” “왜?” 민정아가 물었다. “그게… 서경수 어르신 때문에.” 엄선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민정아는 그 말에 바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선희야, 설마 그 망할 영감탱이가 아직도 강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거야? 집안이나 따지고? 그 사람이 너랑 준명 오빠의 결혼은 방해하고 있는 거야?” 엄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어르신 이제 많이 너그러워지셨어. 몸도 많이 허약해진 것 같으시고. 이제는 아무 일도 묻지 않으셔.” “오히려 혼자 서진희 씨 보러 가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 몰래 훔쳐보시더라고.” “사실 매번 서씨 집안에 찾아갈 때마다 어르신이 나한테 물어. 세희는 잘 있냐고.” “유리는 잘 지내냐고.” “이제는 두 사람이 날 용서했냐고.” “그런 질문들 말이야.” “가끔은 나도 어르신이 좀 불쌍해.” “근데…” 말을 이어 나가던 엄선희는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매번 생각해. 자기 친딸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굴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까지 자기 외손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하마터면 자기 외손녀를 죽이기까지 할뻔하고… 그래서 내가…” “정아야, 내가 어르신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매일 나한테 말해. 극복해야 한다고,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 씨 어르신을 볼 때마다 어르신이 옛날에 저질렀던 일들이 생각나. 여전히 무서워.” 민정아는 엄선희를 가엽게 보았다.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 아가…” 엄선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난 기다리고 싶어…” “할아버지가 죽은 다음에, 그때 서 씨 집안에 시집오려고?” 민정아는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말에 엄선희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딱히 어르신을 저주하는 건 아니야…” “풉… 네가 한 게 아니라, 내가 한 거야. 됐지!” 민정아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엄선희도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얼마나 이득을 본 것처럼 말이다. 뒷좌석에 앉은 지영주는 두 사람이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엄선희는 그런 지영주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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