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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수화기 너머로 어딘가 지쳐 보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 목소리도 못 알아들었어?” 부소경은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서씨 어르신이었다. 그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어르신,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가성섬의 비밀을 내가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어르신이 다시 말했다. 부소경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 어르신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런데 왜 제가 남성에 있을 때는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가성섬을 침공하려 한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지켜보시기만 하셨잖습니까?” 부소경이 다시 물었다. 서씨 어르신의 목소리가 점점 더 힘없이 들렸다. “말을 안 한 이유는 네 엄마, 그리고 네 외가 쪽 사람들과 이 비밀을 영원히 간직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이 사실을 알렸을 때 네가 가성섬을 바로 쳐들어갈 것 같았어. 그래서 여태 숨겼던 거야. 영원히 혼자 간직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90세가 다 되어가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이어졌다. “이제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구나.” 부소경의 반응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뭔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이 비밀로 저랑 거래를 하시려는 거지요?” “소경이 넌 여전히 똑똑하구나.” 말을 마친 어르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젯밤, 어르신은 임서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좋은 소식을 기대했건 만, 전화를 받자마자 외손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외할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저…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요. 제가 정말 죄송해요, 외할아버지….” 놀란 어르신이 물었다. “서아야, 무슨 일이야? 말을 해야 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임서아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흐느끼며 말했다. “외할아버지, 저 부소경이라는 사람이 너무 무서워요. 그 인간이 우리 모두를 속였어요….” 충격을 받은 어르신은 하마터면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임서아는 울며 가성섬의 상황을 어르신께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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