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도박꾼의 궤변

문영호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지만 문지원에게는 그저 도박꾼의 뻔뻔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어린 시절 여진우에게 입양된 후, 그녀는 아버지가 어떻게든 자신을 찾아와 데려가 줄 거라고 믿었다. 15살의 문지원에게 아버지는 변질되고 낯설어졌지만 어쨌든 자신의 아버지이자 핏줄이었으니까. 적어도 자신을 입양한 여진우보다는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여진우가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해 준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신 일에는 관심 없어요. 제 걱정도 하지 마세요. 앞으로 연락하지 마시고요.” 문지원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유서연은 문지원의 말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가정사는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두 사람만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 그래서 메뉴판을 문지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뭐 먹고 싶은지 봐봐! 오늘 점심은 내가 살게.” 문지원은 고개를 들어 유서연을 보며 웃었다. “괜찮아, 정말이야.” “지원아, 너는 예전부터 집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잖아. 분명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너는 그런 일 때문에 학업이나 일에 영향을 받은 적이 없었어. 나는 네 멘탈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그런 일에 휘둘리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을 굳게 믿고 나아가길 바라.” 문지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절친의 진심 어린 걱정에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응, 그럴게! 서연아,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은데. 내 목표를 확실히 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며 살아야지.” 그녀는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쓸데없는 사람이나 일에 발목 잡히지 않을 것이다. ... 여진우가 지시한 대정 인수 프로젝트 외에도 문지원은 영상물 프로젝트를 새로 기획하려고 했다. 현재 기술 발전과 뉴미디어의 급부상으로 대중에게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숏폼 드라마, 오디오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