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막 씻은 딸기에서 달콤한 향이 퍼졌다.
지금이 제철이라 그런지, 딸기 하나하나가 붉게 물들어 탐스럽고 은은한 향기가 방 안 가득 번져 있었다.
윤채원이 배유현을 집으로 부른 이유는 단순했다.
그동안 자신과 아이를 돌봐준 고마움에 그저 물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가 대신 내준 입원비도 그녀는 계좌 이체로 갚으려 했지만 그는 끝내 받지 않았다.
윤채원은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지갑을 꺼냈다.
지갑 속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는 순간, 그사이에 끼워져 있던 사진 한 장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손끝이 잠시 멈췄고 사진을 주워 드는 손가락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하얀 교복을 입은 채 나란히 서 있는 자신과 배유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때도 말랐고 어딘가 모르게 곧고 단단했으며 눈매는 지금처럼 차가웠다.
사진의 한쪽 모서리는 어설프게 잘려 있었고 그 자리는 그녀가 직접 오려낸 흔적이었다.
윤채원은 그 사진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닳은 흔적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사진을 그녀는 몇 년째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었다.
현금을 조금씩 넣어두는 습관처럼 그 사진 또한 항상 그녀 곁에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사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돌아보기도 전에 배유현의 낯익은 향수가 조용히 스며들어왔다.
익숙한 그 향이 닿는 순간, 윤채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뒤돌았고 손에 쥐고 있던 사진은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미리 준비해 둔 지폐 뭉치를 내밀었다.
“이건 병원비예요. 현금으론 부족할 수도 있는데 일단 이거 먼저 받아요.”
배유현은 말없이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돈을 집어 들더니 두 손가락으로 몇 장을 대충 넘겨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그 돈을 바닥에 내던졌다.
“윤채원 씨, 내가 정말 물 마시러 올라온 줄 알았어요?”
그녀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는 오히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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