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하지만 윤채원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이 덧없이 물거품 같은 관계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미래가 없었다.
이런 숨겨진 육체관계는 잠시 이어지다 신선하고 자극적인 느낌이 사라져 질리게 되면 결국 냉담하고 무정해질 것이라는 걸 윤채원은 알고 있었다.
이 관계는 언제든 끝날 수 있었다. 하루 일찍 끝나든, 하루 늦게 끝나든, 별 차이가 없었다.
배유현은 차를 몰았다. 차가 우회전을 하고 거울 속에서 여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핸들을 꽉 쥔 채 앞을 응시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박영란이 무슨 말을 했는지 그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얼버무리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는 뼛속까지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체면을 구기고 먼저 관계를 풀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일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의 기회를 주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아무 기회도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사과를 먼저 할 수 없었다.
...
윤채원은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고 캐리어를 열어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짐을 싸야 했다. 그녀와 윤아린은 이곳에서 3년 동안 살았다. 집처럼 여겼지만 결국 이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그녀는 은행 계좌의 잔액을 확인했다. 지금은 집값이 가장 낮은 시기였다. 작은 읍내에서 좋은 학군을 포기한다면 이 돈으로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윤아린은 침실 문 앞에 서서 윤채원이 옷을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윤아린의 기억 속에서 엄마가 캐리어를 정리할 때마다 곧 멀리 떠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엔 엄마가 자신을 데려갈 것을 알고 있었다. 윤아린은 다가와 엄마 곁에 앉아 함께 짐을 쌌다.
사흘 후, 진도준은 예정보다 일찍 미국에서 돌아왔다.
진정숙은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입으로는 왜 돌아왔냐며 투덜거렸다. 그러나 1년 만에 아들을 보는 마음속은 감격으로 가득했다. 진도준이 미국에 간 뒤로 그녀는 매년 이 시기에야 그를 한 번 볼 수 있었으니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녀의 시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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