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진도준이 말했다.
“새해 지나고 시간 내서 부동산 중개인을 불러 남성구에 집 보러 가요. 지금 집값 괜찮아요.”
“돈 낭비하지 마요. 전 여기서 지내는 게 좋아요.”
윤채원이 말하자 진도준은 웃었다.
“진작에 그렇게 말했어야죠. 저 회사에 송주시로 발령 신청했어요. 올해부터 앞으로 몇 년은 여기 있을 거예요.”
진정숙은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날 듯 반가워했다.
“정말이니? 그럼 미국 안 돌아가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들뜬 기쁨으로 떨렸다. 마치 눈이 번쩍 뜨인 듯 지금 당장이라도 10층쯤은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윤채원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며칠 전부터 윤아린을 데리고 외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진정숙이 혼자 남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됐다.
3년 동안 가족처럼 지냈으니 진도준이 송주시에 남기로 했다는 소식은 진심으로 반가웠다.
“정말 잘됐네요.”
윤채원이 환하게 웃었다.
“제가 마침 갈비랑 밤을 사 왔어요. 내일 밤에 넣고 갈비찜 해 먹어요.”
윤아린이 손뼉을 치며 신이 났다.
“내일 갈비찜 먹을 수 있다!”
윤채원은 웃으며 딸아이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새우 소금구이도 하고 점심엔 마늘 가지볶음도 해야지.”
조용한 복도에는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번져갔다.
그때,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불빛이 튀는 듯한 ‘칙’ 하는 라이터 소리였다.
윤채원이 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번지던 미소가 천천히 굳어졌다.
마치 어떤 심리적인 감응이라도 일어난 듯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계단 아래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한 구두 소리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공기가 무겁게 울렸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배유현이었다.
그의 얼굴은 겨울밤의 찬 공기처럼 차가웠다. 검은 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같은 색의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한 손은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손에는 반쯤 피운 담배를 들고 있었다.
센서 등이 켜지며 계단 통로가 환히 밝아졌다. 그 불빛 속에서 그의 긴 그림자가 벽을 따라 늘어섰다.
진정숙은 시력이 완전히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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