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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환자보다 더 아픈 얼굴로 골골거리지 말고. 네 컨디션은 네가 체크해.” 배유현은 냉랭한 말을 건네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오수빈은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그마치 7년이었다. 그런데 7년이나 좋아하는 티를 냈는데도 배유현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꼭 마음 같은 건 없는 차가운 얼음덩이 같았다. “수빈아, 나 아까 배유현이 웬 애 딸린 여자랑 얘기하는 거 봤어. 그 여자 허리까지 감싸면서 부축해 주는 걸 보면 보통 사이는 같지 않던데 혹시...” 최혜정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오수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유현 오빠가 애 딸린 유부녀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환자라 관심을 쏟은 거겠지.” 오수빈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했다. 배유현은 여지 같은 걸 주지 않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차가운 남자다. 그녀가 오늘 배유현을 만나러 온 것도 간호사들로부터 어떤 여자가 배유현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줬다가 대차게 거절당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다. 오수빈도 잘 알고 있다. 배유현이 그런 얕은수를 쓰는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 그때 그녀가 봤던 그 여자는 배유현에게 안긴 것도 모자라 무릎에 앉아 있기까지 했다. 사실 최혜정은 오수빈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아까 봤던 그 유부녀가 지나치게 예뻤다는 말을 말이다. ‘그 여자가 얼마나 예뻤는지 얘기하면 그 화가 나한테 올 것 같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자...’ 최혜정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 9월이 되고 윤아린네 초등학교도 개학하게 되었다. 윤채원은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준 후 당부의 말을 한가득 건넸다. 그러고는 딸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서야 회사로 향했다. 라멜 디자인 스튜디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뜨거운 차를 한잔 내리며 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는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매우 바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었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야근까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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