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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배진 그룹에서 첫 주주총회를 열었을 때,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배유현은 온몸에서 음울한 기운을 풍겼다. 특히 여윈 체구가 눈에 띄었다. 기침 한 번이면 피가 섞여 나올 만큼 몸은 엉망이었다. 그때 그의 곁에는 송우담이 함께했다. 송우담은 속으로 몇 번이고 생각했다. ‘이 상태로 버티다간 곧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가겠는데...’ 주주총회 때, 배갑수도 자리에 있었다. 부자는 완벽하게 짜인 각본처럼 움직였다. 한 사람은 강경하게, 한 명은 온건하게 역할을 나누며 움직였고 전임 대표는 중간에서 분위기를 정리했다. 완벽한 세 사람의 호흡에 결국 이전 세대의 보수파 이사진들은 전원 물러났다. 연청시 벨린 호텔 프로젝트는 수년째 방치된 미완의 사업이었다. 주인이 몇 번 바뀌면서 공사도 몇 번이나 멈췄다. 배진 그룹이 들어오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6조를 쏟아부어 도심 첫 ‘초호화 해안 호텔’로 다시 세우기로 했다. 배유현은 묶고 있던 호텔로 돌아왔다. 욕실에서 나오자 검은색 가운에 감싸인 마른 듯 단단한 몸이 보였다. 그는 거실 끝 통유리 앞에 앉았다. 달빛이 내려앉은 실내에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잔잔한 숨소리만 흘렀다. 가슴께 단추가 살짝 풀리자 길게 패인 흉터가 선명히 드러났다. 가느다란 은목걸이 끝에는 손톱만 한 진주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그 진주는 더 이상 매끈하지 않았다. 한때 그의 몸을 대신해 총탄을 막은 그 조각은 산산이 부서졌다가 복원된 흔적을 남긴 채 다시는 완벽할 수 없는 빛을 품고 있었다. 배유현은 문득 레오의 말을 떠올렸다. ‘그 사람이 당신의 ‘진주의 여신’이겠네요.’ 그는 조용히 목걸이를 벗어 들었다. 흔들리는 진주는 시계추처럼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흔들렸다. 오늘 밤, 그는 윤채원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내일, 또 보게 될 것이다. 우연이든 인연이든, 그런 건 배유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그녀가 미치게 보고 싶을 뿐이었다. ... 다음 날 오후. 2번 승마장. 민혜진과 윤채원이 함께 도착했다. 두 사람 다 흰색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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