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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게다가 약간의 묘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업무 범위 내에서 갑 측이 그녀의 손으로 그린 스케치 원고를 보겠다는 요청에 윤채원은 별다른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배유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노트북을 챙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혜진이 팔꿈치로 쿡 찌르며 짓궂게 물었다. “저녁에 가져다준다니, 뭘 어떻게 가져다준다는 거예요? 사람과 함께 스케치북을 배달하겠다는 건가요?” 윤채원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저 사람 우리 옆집 살아요.” 민혜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어머머머, 세상에.” “저 사람이 이번 주 안으로 이사 간다고 했으니까 두고 봐야죠. 만약 안 가면 내가 나가서 세놓을 거예요.” “그렇게 뷰 좋고 위치 좋은 집을 놔두고 진짜로 이사갈 수 있겠어요? 집 앞까지 쫓아온 데다 아이비리그 연하남을 소개시켜 주기까지 했는데.” 민혜진은 무덤덤한 윤채원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라멜에서 함께 일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6년째, 초반에는 크게 친하지 않았지만 윤채원의 성격은 잘 알고 있었다. 냉담하고 차분한 불교 광인이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민혜진은 윤채원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내가 듣기로는 그 사람 몸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던데, 지금 밖에 어떤 소문이 도는지 알아요? 모두 배 대표님이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주주총회 때 각혈까지 했다잖아요.” 윤채원은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던데요.” “정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요?” “만약 권우석이 다시 매달린다면, 다시 받아줄 거예요?” “받아주기는 개뿔.” 민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윤채원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금 회의실에는 그들 둘뿐이었다. 윤채원은 문에 기대서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혜진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몹시 어색한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요. 나는 절대 지나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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