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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윤채원의 뒷모습이 복도를 벗어나자 박영란이 바로 아들을 돌아보며 속삭였다. “너희 정말 혼인신고 한 거 맞지?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라. 만약 또 속인 거면 오늘 밤 우리 당장 병원 실려 간다.” 배갑수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말 한마디 없이 몰래 결혼을 해? 그것도 혼전계약서도 없이? 너한테 부모라는 게 있긴 하냐? 만약 이번에도 무슨 가짜 결혼이라면 내가 직접 구청 가서 확인할 거다. 거짓이면 네 다리부터 부러뜨릴 줄 알아.”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원래 부러져 있으니까요.” 배유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과일 접시에서 포도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 왼쪽 무릎 안쪽엔 아직도 산탄 두 발이 박혀 있었다. 며칠째 묵직하게 쑤셔댔지만 참을 수 있는 통증이었기에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박영란은 그 일을 떠올리자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 얘긴 이제 그만하자. 다 끝났잖니.”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도 윤채원이 돌아오지 않자 배유현은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차 안, 윤채원은 수납함에서 서류를 꺼내 사진에 박힌 배유현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엔진 소리가 울리더니 고용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도련님, 큰 사모님.” 윤채원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등 뒤로 살을 태울 듯 뜨거운 눈빛이 느껴지자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당신이 여기에 왜 있어?” 차아영이 금세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윤채원의 시선은 그녀 옆에 서 있는 온화하고 점잖은 중년 남자에게 닿았다. 그 순간, 윤채원은 상대가 누구인지 바로 짐작했다. 다만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눴던 그 중년 남자가 바로 배도겸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 역시 윤채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 속에는 놀라움이 비쳤다. 차아영이 잠시 당황한 듯 굳어 있자 배도겸은 그런 아내를 바라보다가 낮게 불렀다. “아영아.” 차아영의 표정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굳어 있었다. 품위도, 감정도, 윤채원을 본 순간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 “누가 여기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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