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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채시아는 슬리퍼를 끌며 방을 나섰다. 거실에 나와 보니 윤성빈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몇 시에 만나기로 했어?” “오전 10시.” 조나연의 대답에 채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은 후, 채시아는 잠시 망설이다 윤성빈에게 문자를 보냈다. [친구 집에 다녀올게요.] 오늘 조나연 집에 들른 김에 저녁에는 채하진도 한 번 볼 생각이었다. 며칠 못 봤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오래 못 본 것처럼 그립기만 한 건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했다. 제호 클럽, 이른 아침이라 아직 클럽 내부는 아주 조용했다. 하지만 신도영은 밤새 잠도 못 자고 불려 나왔다. “대낮부터 무슨 술이야?” 그는 의사 가운도 벗지 못한 채였다. “요즘 나 진짜 바쁘단 말이야.” 윤성빈은 신도영의 모습을 보고 비꼬듯 물었다. “넌 아내도 없으면서 왜 그리 바쁜데?” 신도영은 술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대답했다. “그럼 너는 아내도 있다는 사람이 여기 왜 있는 건데?” 윤성빈은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신도영은 그가 말문이 막힌 틈을 타 화제를 돌렸다. “나 요즘 의학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는 진심이라고! 수술도 몇 건 했고.”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최근 그는 조나연에 대해 조사 중이었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그녀와 엮여 애까지 생긴 건지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윤성빈은 사실 신도영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왜 갑자기?” “뭐가?” “예전엔 절대 의사 안 하겠다고 했잖아.” 신도영은 대답 대신 술잔을 들어 표정을 감췄다. “그땐 내가 철이 없어서 그랬지. 의학은 좋은 거야. 사람도 살릴 수 있고.” 하지만 그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채시아가 돌아온 후부터 그녀의 난청과 귀 출혈 문제에 대해 연구해 왔던 것. 그녀가 정상인처럼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윤성빈은 신도영이 무언가 숨기고 있음을 눈치챘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곧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예상대로 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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