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달빛 아래, 채시아는 자신이 반평생을 마음에 품어온 얼굴을 올려다보며 목이 메어 말했다.
“대표님, 저희 계약서 쓴 거 기억하시죠?”
윤성빈의 손은 그녀의 뺨 위에서 멈췄다.
그 맑은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마치 바로 지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유도 모르게 윤성빈의 마음 한구석이 싸늘하게 저릿했다.
윤성빈은 손을 거두고 이불을 젖히더니 아무 말 없이 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복도에 나서면서도 채시아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낯선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
‘대표님?’
그는 곧장 차에 올라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허무하게 허공을 보며 허무한 질문을 던지듯 허무하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지금은 새벽 두 시, 허준은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났지만 윤성빈의 뜬금없는 질문에 머릿속이 더 멍해졌다.
별다른 일정을 떠올리지 못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회사에 큰 계약도 없고 기념일도 아니다.
우연히 검색창에 뜬 생일 관련 실시간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오늘이 채시아의 생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재빨리 윤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오늘 채시아 씨 생일입니다.”
다행히 예전에 채시아와 윤성빈이 혼인신고를 할 때, 허준이 사전 조사를 해둔 덕이었다.
아니었으면 아예 생일이 언제인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윤성빈은 그 말에 멍해졌다.
사실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어젯밤 채시아의 태도가 왜 그렇게 냉랭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박지훈이 왜 굳이 어제 돌아왔는지도.
허준은 전화를 끊지 않고 조심스레 물었다.
“대표님, 생일 선물 준비해 드릴까요?”
그제야 윤성빈은 손끝까지 타들어 간 담배가 자신의 손가락을 데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필요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윤성빈은 차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아침.
윤성빈은 채시아의 병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다.
이제 그녀는 언제든 퇴원이 가능했다.
“가자. 데려갈 데가 있어.”
윤성빈의 말에 채시아는 의아해져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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