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채시아는 겨우 의식을 되찾았다. 이마와 손, 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새벽녘의 창밖은 여전히 어둡고 쓸쓸했다. 병실 안의 불은 은은히 켜져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가 침대 곁에 엎드려 있었다. “지훈아...” 박지훈은 깊이 잠든 상태가 아니라 그녀의 작고 미약한 부름에도 금세 눈을 떴다. “깨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의사 말로는 채시아가 차 뒷자리에 타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채시아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물었다. “기사님은...?” “괜찮아.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서 무사히 치료받았어.” 그 말을 듣자 채시아는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의식을 잃은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박지훈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실신한 직후 그는 사람들과 함께 도착했고 도망치려던 엄태수를 붙잡았다고 했다. “윤성빈 씨도 왔었어. 그 사람이 너를 병원까지 데려다줬어.” 그 사실만큼은 박지훈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채시아를 망가진 차에서 꺼냈는지, 그리고 밤새 그녀 곁을 지키다가 채시아가 깨어나기 조금 전 병실을 나섰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채시아는 짐작하고 있었다. 윤성빈이 자신에게 경호원을 붙여뒀고 기사 또한 그의 사람이었으니 자신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 수 있었을 거라는 걸. 그래도 다행히 박지훈이 먼저 도착해 엄태수가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줬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채시아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구한 사람이 박지훈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때로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박지훈도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성빈 씨는 네가 내 곁에 있는 걸 달가워하지 않잖아. 네가 여기 있는 거, 그 사람은 알고 있어?” 박지훈도 그녀의 걱정을 알고 있었다. “걱정 마. 알고 있어.” 사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병원에 도착했었다. 채시아가 응급실로 실려 들어갔을 때 겉으론 점잖게 굴었고 서로를 불편하게 하진 않았다. 윤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