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화

윤성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그 외에는 도무지 채시아가 갑작스럽게 귀국한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채시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동안 쌓인 감정, 이제는 풀 만큼 풀었잖아. 서류에 사인해. 지난 일은 더 이상 묻지 말고.” 그 말을 들은 순간, 채시아는 윤성빈이 너무도 우습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단지 화를 냈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채씨 가문만 돌려주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채시아는 손에 들고 있던 계약서를 꼭 움켜쥐고 옆에 있는 파쇄기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서류를 넣었다. 순간, 종이가 가늘게 찢기며 산산이 흩어졌다. “지금부터 아주 진지하게 말할게요. 지난 일, 난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난 더 이상 당신 곁에 있고 싶지 않아요.” 분명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척하며 살아가는 일은 너무도 지치는 일이었다. 그녀는 채윤학을 데리고 도항시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싶었다. 옆에 있던 허준은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이 자리에 더 있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 듯 얼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나가기 전, 조심스럽게 문까지 닫아줬다. 윤성빈은 오늘 자신이 얼마나 '관대' 했는지를 곱씹었다. 채씨 가문을 통째로 되돌려줬으니 채시아가 감격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선언이었다. 그의 깊은 눈빛엔 냉소가 스쳤다. “다시 말해봐.” “어떻게 말해도 똑같아요. 지금부터 딱 11일 남았어요.” 채시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11일 후엔 약속 지켜줘요. 윤학이도, 나도 그냥 놔줘요.” 약속대로 그들을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윤성빈의 인내심은 그 말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좋아.” 그는 한 걸음씩 채시아에게 다가갔고, 결국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세우더니 단숨에 그녀를 안아 올렸다. “열하루가 남았다면 그 동안만큼은 부부로서 누릴 권리 정도는 행사해도 되는 거잖아?” 채시아는 허공에 떠올려졌고 그의 품에 기대지 않으면 당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