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화

조나연의 자택뿐 아니라, 하서 일대에도 대규모 조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채하진은 신도영이 데려간 상태였다. 조나연의 별장에서는 관리인 역할을 하던 가사도우미들까지 하나하나 불려 나가 조사를 받는 중이었다. 윤성빈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채시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얼마나 남았지?” 채시아는 잠깐 멍해 있다가 곧 그의 말뜻을 알아챘다. “열흘이요.” 정확히는 사흘 뒤면 도항시를 떠날 예정이었다. “도쿄행 비행기 예약해놨어. 오늘 밤 출발할 거야.” “네?” 채시아는 놀란 눈으로 윤성빈을 바라봤다. “그럼 언제 돌아오는 건데요?” 그가 이미 부부로서의 관계를 포기한 줄 알았던 터라 더 놀라웠다. “모레.” 윤성빈은 예전에 채시아가 짰던 여행 계획표를 꺼내왔다. 도쿄 야경을 보고, 다음 날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배경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좋아요.” 모레 돌아오는 거라면 일정상 딱 맞았다. “짐 싸러 갈게요.” “필요 없어. 거기 다 준비돼 있어.” “네.” 채시아는 원래 박지훈에게 잠깐 연락하려 했지만 이제는 도쿄에 도착한 뒤 연락하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전용기에 올랐다. 채시아는 윤성빈 옆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점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세 시간 넘는 비행 중, 임신 때문인지 채시아는 금세 졸음이 밀려왔다. 윤성빈 역시 전날 술을 과하게 마셔 거의 잠을 못 잔 데다, 오늘도 쉬지 못했다. 그는 잠든 채시아의 고요한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허준이 담요를 들고 왔을 때, 그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윤성빈은 곧 시선을 거두고 담요를 받아 채시아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허준과 함께 다른 객실로 자리를 옮겼다. “호텔 쪽은 다 준비됐나?” 윤성빈이 물었다. “네. 모두 완료됐습니다.” 허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대표님, 열흘 뒤에 시아 씨가 떠난다면 정말 보내실 겁니까?” 윤성빈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당연하지. 꼭 채시아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는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