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신도영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소리치자 비서는 의아했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정신을 차린 신도영이 그에게 물었다. “하나만 물어볼게. 누가 널 구해줬는데 넌 그것도 모르고 그 사람을 괴롭혔어. 그런데 그 사람은 구해줬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 그러면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데도 말이야. 대체 이유가 뭘까?” 그 말에 비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간단하죠. 첫 번째는 내가 누가 구해줬는지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으니까 은혜를 저버렸다고 생각해 말할 필요를 못 느낀 거죠. 두 번째는 목숨을 구해준 게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 말할 필요가 없었던 거겠죠.” 대단한 일이 아니라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해보면 채시아는 그동안 윤성빈이나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해준 것에 대해 한 번도 먼저 나서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크게 개의치 않았던 거다... 신도영의 목구멍은 긴 가시가 걸린 듯 고통스러웠다. 해월 별장으로 막 돌아온 신도영은 마당에 앉아 있는 낯익은 실루엣을 보았다. “도영아, 왔어?” 임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다가왔다. 신도영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여자를 보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임수아는 그의 앞으로 다가와 능숙하게 손을 들어 그의 셔츠 윗단추를 채워주며 꼭 연인처럼 행동했다. “몇 살인데 아직도 이렇게 덤벙거려...” 임수아가 짐짓 나무라는 척하는데 신도영이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무슨 일이야?” 용건이 없으면 임수아는 이렇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신도영의 말투가 싸늘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임수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영아, 성빈 오빠가 채시아 씨 찾으러 갔다던데 어떻게 됐어?” 신도영은 순진한 척하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채시아는 이미 죽었어. 내가 말했잖아. 넌 뭐가 무서워서 그래?” 당황한 임수아가 서둘러 해명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그래도 채씨 가문에서 날 도와줬는데 채시아 씨는 잘못했어도 채씨 가문에는 은혜를 입었잖아. 도영아, 왜 그래? 너 요즘 이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