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멀리서 채시아가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윤성빈은 긴 다리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이 소리에 채시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윤성빈의 차가운 얼굴이 보였다. 오늘 아침 임수아에 대한 블랙 뉴스를 떠올린 그녀는 예전에 윤성빈이 임수아를 보호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채시아는 본능적으로 임수아가 또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해 윤성빈이 그녀를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어나 한 걸음 물러섰다. “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윤성빈은 그녀가 경계하는 태도를 눈에 담으며 머릿속은 그 어린아이로 가득했다. “지금 당장 나와서 집으로 가자!” 지금의 그는 채시아의 기억 상실 연기에 협조할 마음이 없었다. 채시아의 눈에는 당혹스러움만 가득했다. ‘집? 무슨 집?’ 채시아는 여전히 날카롭고 잘생긴 윤성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윤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윤성빈의 목구멍이 메어졌다. 그는 말을 줄이고 채시아의 손목을 꽉 잡아끌고 나갔다. 그의 걸음은 빨랐으며 참을 수 없어 하는 표정은 채시아를 더욱 이해할 수 없게 했다. 그녀는 간신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윤성빈은 운전석에 앉았고 오른손은 여전히 채시아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채시아는 이런 윤성빈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윤성빈은 시동을 걸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 “청림 별장!” 채시아는 비로소 그가 말한 집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녀는 여전히 기억 상실인 척 연기했다. “청림 별장이 어디예요? 윤 대표님, 잊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요.” 윤성빈은 갑자기 차를 세웠다. 그는 채시아에게로 몸을 기울였고 눈이 약간 붉어졌다. “우리가 이혼했다는 걸 어디서 봤어?” 채시아는 멈칫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 이혼 수속을 밟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유예 기간이 있어 완전히 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5년간 사망 처리되었으니 두 사람의 결혼은 이미 무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