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7장
김건우는 강아영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가만히 시선을 마주했다.
강아영은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눈을 마주하면 거짓을 뱉을 수가 없었다.
오늘 연하늘색 셔츠와 편한 검은 바지를 입고, 자연스럽게 긴 머리를 내린 강아영이 참 예뻐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 눈은 차갑고 옅은 분노가 섞여 있었다.
김건우는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고 넥타이를 소파 위로 던졌다. 벽에 걸린 장미 그림이 차갑던 집 분위기를 조금은 따뜻하게 해주었다.
“언제부터 날 의심했어요?”
김건우는 차가워진 강아영에게 실망한 눈치였다.
김건우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으나 비겁하게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아영이 이렇게 솔직하게 물어본 이상 계속 변명을 이어갈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오래 알고 지내면서 본 강아영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성격이었고 김건우는 이런 강아영에 적응이 되었다.
그 말에 강아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를 꾹꾹 누르며 물었다.
“가져간 그 박스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어요?”
“오늘 그 박스 때문에 온 게 맞았군요.”
김건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줄 알았는데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엇갈린 두 사람에 김건우는 마음이 아팠다.
“네. 어제 김건우 씨가 평소답지 않아서 의심이 들었어요. 집 안 인테리어는 차갑고 텅 비었는데 겉으로 다정한 김건우 씨와 매치가 되지 않기도 했고요.”
김건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의심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약혼할 때까지는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박스 안에 뭐가 들었나요?”
강아영은 김건우가 처리한 그 박스 속 물건이 궁금했다.
“말하지 않을 겁니다. 박스 안의 물건은 이미 불태워 버렸으니 영원히 그 안에 든 비밀은 알지 못할 겁니다...”
강아영은 그 말에 눈물을 흘렸다. 박스 속 비밀이 아닌 김건우의 태도에 실망해 버렸다.
강아영은 김건우를 척이 잘 맞는 소울 메이트라 생각하고 소중하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모든 게 계획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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