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4장
“아니면 지은 씨가 좀 찍어줘요. 민성 씨가 잘 때나 식사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거 말이에요.”
엄혜란은 말하다가도 자기 목소리가 너무 큰 것 같다고 생각되었는지 갑자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안지은을 밖으로 끌고 가서 계속 말했다.
“지은 씨, 사진이나 영상을 부탁할게요. 밥을 먹여주거나 옆에서 같이 산책하는 다정한 그림이면 더 좋고요.”
“네?”
엄혜란의 말에 안지은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러자 엄혜란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희 엄마는 민성 씨가 결혼을 미루는 게 모두 제가 다정하지 않고 먼저 살갑게 다가가지 않아서 그런 거로 생각하세요. 그래서 이번에 민성 씨가 다친 걸 기회 삼아 옆에서 살뜰히 챙겨주면서 참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라고요. 이참에 아이라도... 가지면 더 좋겠다고 하시면서요.”
예상치 못한 엄혜란의 말에 안지은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부잣집 아가씨도... 나름의 고충이 있네요.”
“오빠나 동생이 조금 더 영리했다면 엄씨 가문이 제 차지가 되는 일도 없었겠죠.”
엄혜란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집안 사정은 가족들만 아는 거니까요. 평범한 가정은 그만큼 소소한 행복과 평화로움이 있고 부잣집은 또 그만큼 재산싸움이 있는 거겠죠. 저는 오히려 아영 씨처럼 사랑이 가득한 가정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 부러운걸요.”
안지은은 엄혜란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혜란 씨, 수고 많았어요.”
생각지 못한 안지은의 말에 엄혜란은 순간 멈칫한 것 같았다.
“고마워요.”
엄혜란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그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가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로 키우려고 심혈을 쏟아부었다. 모두 그녀의 성적, 가져온 결과에만 관심 있었을 뿐 아무도 그녀에게 힘들지는 않은지, 외롭지는 않은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엄혜란에게 그간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약혼자가 사랑하는 그녀라니.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혜란 씨, 식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