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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화 꺼지라는 말, 안 들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숟가락으로 죽만 휘저으며 감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서지강은 그녀의 붉어진 귓불과 보송보송한 머리 정수리를 가만히 바라보며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 떠다 줄 테니까 이따가 약 먹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고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사라지자 방 안을 짓누르던 압박감도 함께 사라졌다. 임가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약을 먹고 나서 임가윤은 무의식적으로 논문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겨우 두 줄을 읽었을 때, 손에 들린 종이가 누군가에게 휙 낚아채 졌다. 서지강은 미간을 좁히며 낮게 말했다.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뭘 보겠다는 거야? 잠깐 자고 일어나서 봐.” “하지만 저는...” 그녀는 반박하려 했으나 서지강의 깊고 검은 눈과 마주치는 순간, 모든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입술을 꼭 다문 채 순순히 몸을 눕혔다. 잠은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더니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낮지만 불쾌감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꺼지라는 말, 안 들려?” 눈을 뜨자 서지강의 커다란 그림자가 병실 문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등을 그녀 쪽으로 돌린 채였다. 임가윤은 몸을 일으켜 앉으며 물었다. “서지강 씨, 밖에 누구 왔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지강의 팔 아래에서 누군가의 머리가 쑥 튀어나왔다. 눈에 띄는 애쉬 브라운 색 짧은 머리에 반달처럼 휘어진 눈으로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이내 경쾌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형수님! 벌써 깨셨어요? 아프시다고 해서 특별히 보러 왔습니다. 제 이름은 최우진이에요!” 그는 서지강의 팔을 비집고 들어와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았다. “안녕하세요.” 임가윤은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무의식적으로 굳은 얼굴의 서지강을 바라보았다. “서지강 씨, 최우진 씨도 물 한 잔 드려요.” “형수님, 너무 격식 차리실 필요 없어요. 제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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