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난 한나 씨랑 얘기 좀 하려고 온 거예요. 그런데 사직서를 냈다고 했으니 다른 직장 알아보지 않았다면 나랑 같이 일하는 건 어때요? 내 명의로 작은 회사가 하나 있는데 파트너가 필요하거든요...”
하연우의 말에 진한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이런 이유일 줄은 몰랐다.
다만 하연우는 의외로 그녀를 무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꽤 높이 평가하면서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진한나는 여전히 하연우를 밀어냈다.
“미안하지만 관심이 없네요.”
그러나 몸을 돌려 자리를 뜨기도 전에 하연우는 긴 팔을 뻗어 다시 그녀를 벽에 밀쳤다.
뼈마디가 선명한 긴 손으로 명함을 집어 진한나의 셔츠 옷 주머니에 살짝 밀어 넣었다. 얇은 옷감 사이로 부드러운 살결이 무심코 스쳐 지나갔다.
하연우의 목젖이 본능적으로 움직였지만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깊은 눈동자로 진한나를 빤히 보면서 무언가 잠겨버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해줘요. 일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다 연락해도 돼요. 물론 고건우한테 복수하는 일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에요.”
긴 손가락이 분명하게 가슴을 스치며 숨을 쉴 때마다 묘하게 함께 움직였다. 두 사람의 자세는 어딘가 야릇하면서도 이상했지만 두 사람은 그저 말만 할 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하연우는 손을 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진한나는 화가 나면서도 민망해졌지만 그럼에도 하연우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언제까지 만질 생각이에요?”
진한나의 맑은 눈동자를 보니 하연우는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그제야 천천히 손가락을 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만진 거 아니에요. 그냥 한나 씨가 안 받으면 어쩌나 넣고 있었을 뿐이죠.”
서툰 변명이었지만 진한나의 가슴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하연우의 나이와 신분을 떠올리면 곁에 여자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순수한 척 말하는 것을 보면 목적이 단순히 자신을 유혹하려는 것만은 아닌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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