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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장

하지만 박시후는 결국 참았다. ‘뭘 우는 거지? 누가 보면 내가 괴롭힌 줄 알겠네!’ 강리아는 박시후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밀어내더니 이내 아파트 단지 내로 도망쳤다. 박시후는 그 뒤를 쫓지 않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단지 내로 사라지는 강리아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어둡게 가라앉았다. 집에 들어섰을 때 강리아는 이미 온 몸이 꽁꽁 얼어 문을 닫자마자 가방을 발 옆에 떨구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방을 줍지 않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소파 위에 쪼그려 앉았다. 슬픔에 잠깐 잠겨 있던 강리아는 이내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돈이 때문이든 권력 때문이든 강리아가 이혼을 혼자 강행하는 건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혼하지 않자니 도저히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계좌에 있는 7자리 수 잔액은 막대한 재산을 소유한 박시후 앞에서 우습기만 했다. ‘어쩐지. 왜 내내 가볍고도 조롱 섞인 말투와 눈빛을 했는지 알겠네.’ 강리아 마저도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2년 동안 박씨 가문 사모님으로 지낸 세월도 우스운데 이혼하겠다고 아득바득하는 두달 동안도 너무 우스웠다. 강리아는 소파에 몸을 옹크린 채 앉아 두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현관의 등불은 미약하게 강리아의 몸을 비추었다. ... 차로 돌아간 박시후는 손정원에게 바로 출발하라고 명령했다. 다른 사람은 비용을 지불해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손정원은 내내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지 못했고 들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대표님이 왜 화가 잔뜩 나서 찾아와 사모님을 괴롭혀 울렸으면서 본인이 오히려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 대표님 쪽은 조사를 멈출까요?” 연말이라 회사가 가뜩이나 바쁜 데다 사진 사건 때문에 손정원은 현재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박시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스산한 거리를 바라봤다. “계속해.” 그 말에 손정원은 문뜩 의문이 들었다. “대표님께서...” 다른 건 몰라도 손정원은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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