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화

“엄마, 아빠랑 이혼하면 안 돼?” 저녁 9시, 나는 아들을 재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곧 잠들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런 질문을 들었다. 아들의 짧은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오랫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아들의 등을 토닥이던 손도 따라서 멈췄다. 심장이 콕콕 쑤셨다. 그동안 나는 남편과 사이가 꽤 좋았고 아이도 사랑으로 키웠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본인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왜 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래도 아이가 놀랄까 봐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는 햄버거도 먹지 못하게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지 못하게 하고...” 아들은 잠이 들려는 건지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아이의 목소리에서 그 나이대 아이들 특유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나는 아들의 말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고작 그런 사소한 이유로 아빠와 이혼하라고 하다니... 아이의 세계는 너무도 단순했다. 아들의 고른 숨소리를 들은 나는 아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띵. 그런데 갑자기 아들의 침대맡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들의 베개 밑에서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베개 한쪽을 들어 올리자 아래 숨겨져 있는 태블릿이 보였고,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들은 어렸고 나는 아들의 눈이 나빠질까 봐 걱정되어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엄격히 정해두었다. 아들은 자주 입을 비죽이며 항의했지만 그래도 내가 정한 규칙을 잘 따랐다. 그런데 오늘 나 몰래 태블릿을 숨겨뒀을 줄은 몰랐다. 나는 손을 뻗어 태블릿을 꺼낸 뒤 그것을 끄려고 하다가 무심코 밝아진 화면 속 단톡방의 채팅 내용을 보게 되었다. 단톡방 이름은 ‘행복한 가족^-^’이었다. 그것은 아들이 정한 이름인 듯했다. 평소 아들이 즐겨 쓰던 이모티콘이었기 때문이다. 단톡방 커버는 행복해 보이는 네 사람의 가족사진이었다. 나는 커버를 클릭해서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사진 속의 다정하고 밝아 보이는 여자는 품속에 두 아이를 안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바로 내 아들 배지욱이었다.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 남편 배현민은 여자의 뒤에 서 있었다. 여자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에 애정이 가득했다. 마치 우리가 막 연애하기 시작했을 때 나를 바라보던 남편의 눈빛과 같았다.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곧이어 나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여자의 이름 쪽으로 향했다. 채팅창을 보니 아들은 여자를 ‘엄마’라고 저장해 두고 있었다.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떨리는 손으로 여자의 프로필 사진을 눌렀다. 그리고 곧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시연. 배현민의 첫사랑 홍시연이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내 남편과 아들이 내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아이와 가족 단톡방을 만들었다니.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들은 이미 다른 사람과 가정을 이루었다. 누군가 내 심장을 힘껏 쥐어짜는 것만 같은 느낌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단톡방에서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눈 듯했고, 정신이 아득해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채팅 기록을 확인해 보았다. 사실 나와 내 남편, 아들도 가족 단톡방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끔 배현민에게 언제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냐고 묻는 걸 제외하면 우리 가족 단톡방은 매우 적막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엄마’라고 저장된 여자가 갑자기 단톡방에 영상 하나를 보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확인해 보니 정성 들여 편집한 영상인 듯했다. ... 겨우 1분짜리 영상이었지만 그사이 많은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치킨, 콜라, 관람차, 회전목마... 배지욱은 그 속에서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심지어 쉽게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배현민조차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다른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영상 속도가 점점 늦춰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배지욱의 작은 얼굴이 화면에 담겼다. 배지욱은 눈을 감고 두 손을 꼭 모은 채로 자신의 앞에 놓인 커다란 케이크를 향해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나는 아이의 앳되면서도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들었다. “시연 이모가 우리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네 사람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곧이어 박수 소리가 들렸다. 홍시연과 홍시연의 아이가 손뼉을 치면서 배지욱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배현민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러면... 나는?’ 너무 괴로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단톡방 속 ‘엄마’가 음성 메시지를 하나 보내왔다. 여자는 활력 넘치는 목소리로, 마치 언제나 배지욱의 편이 되어주는 따뜻한 누나처럼 자애롭게 말했다. “지욱아, 예전에 지욱이가 그랬잖아. 내가 지욱이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누구든 상관없으니 지금의 엄마만 아니면 좋겠다고. 나는 지욱이가 왜 엄마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고민해 봤어.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지욱이 엄마가 집착이 심한 편이고 먹지 못하게 하는 거, 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나는 지욱이가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앞으로 이 단톡방에서는 내가 지욱이의 새엄마가 돼줄게. 이 단톡방은 앞으로 우리 네 사람의 집인 거야.” 배지욱이 그런 말을 했을 줄은 몰랐다. 누구든 상관없으니 지금의 엄마만 아니면 좋겠다니. 나는 자학하듯 그 말을 끊임없이 반복해 들었다. 그럼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낳은 아이가, 내가 열심히 가르쳐온 아이가, 내가 정성을 다해 키운 아이가 날 이렇게나 싫어한다는 것을. 눈을 감자 눈물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배지욱은 어렸을 때부터 위장이 약해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탈이 났고, 아주 어렸을 때는 장염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적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늘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고 매일 배지욱을 위해 세심하게 식단을 짜며 아이의 건강 관리를 해왔다. 그동안 내가 해온 노력을 배지욱은 자신을 구속하고 상처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배지욱의 위장염 증세가 다시 나타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나는 속이 타들어 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사실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배지욱이 보냈던 음성메시지들을 들었다. 나를 질책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내 마음을 사정없이 찔렀고 그 탓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그 뒤로 배지욱은 음성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내가 방에 들어와 아이를 재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몰래 태블릿을 썼다는 걸 내게 들키면 안 되었기에 배지욱은 홍시연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꾹 참아야 했다. 배지욱은 이제 잠이 들었다. 나는 눈물을 쏟으면서 입술을 깨문 채 아이를 바라봤다. 앳된 아이는 인형처럼 귀여웠다. 배지욱은 교활한 어른들과 달리 자신이 느끼는 걸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게 조금 더 엄격하게 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지욱도 지금은 그것이 짜증 나고 성가시게 느껴지더라도, 크면 내가 본인을 위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지욱이 나를 이렇게나 싫어할 줄은 몰랐다. 나는 슬픔과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어린아이인 배지욱은 하얀 도화지와 같아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배지욱이 나를 매우 싫어하고 홍시연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이 내 남편 배현민 때문일 것이다.
이전 챕터
1/100다음 챕터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