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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아무리 배지욱이 잘못했어도 배현민은 무조건 아들의 편을 드는 사람이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홍시연은 한가지 결론을 얻었다. ‘성급해하면 안 돼. 인내심을 가져야 해. 처음에는 배현민이 배지욱을 달래고 감싸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싫증을 낼 거야.’ 홍시연은 더더욱 자신의 계획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배지욱의 볼을 꼬집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약속할게. 앞으로 이혁이한테 하는 것처럼 너한테도 똑같이 해줄게. 알겠지?” 배지욱은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좋아요!” 배현민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홍시연의 손등을 토닥이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뜻을 전한 뒤에 배지욱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배지욱은 금세 기분이 풀린 듯 방긋 웃으며 거실로 뛰어갔다. 홍시연은 배현민을 힐끗 본 뒤 아무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시연아.” 배현민은 문을 닫고 그녀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애가 아직 어려서 그래. 너무 마음에 두지 마.” 홍시연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 “잘못한 건 지욱인데...” “그렇다고 굶겨서야 되겠어?” 배현민이 여전히 온화한 목소리로 설득하자 홍시연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나도 네가 억울한 거 알아.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그럼 집에 가사도우미랑 운전기사부터 불러줘요.” 홍시연은 배현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임신한 몸으로 집안일 혼자 다 감당 못 해요.” 배현민은 흔쾌히 답했다. “알았어.” 홍시연은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속삭였다. “그리고 집도 더 큰 걸로 옮기면 안 돼요?” 배현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래, 다 네 말대로 하자.” ... 곽이서는 더 이상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어졌다. 낮잠에서 깬 뒤에는 마치 진짜 가족처럼 셋만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결국 이서는 나와 함께 서점으로 가기로 했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여지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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