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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문 앞에 서 있던 여자는 짙은 화장을 곱게 하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눈에 띄는 미인은 다름 아닌 곽민재의 맞선 상대, 유소희였다. 곽민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내건 조건 때문에 단칼에 거절했고 서로 맞지 않음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연락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놀랐죠?” 유소희는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곽민재를 밀치듯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곽민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막아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유소희는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되물었다. “내일 면담 요청했는데 왜 거절했죠? 설마 저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맞습니다.” 그의 대답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유소희 씨,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분명히 말씀드렸죠. 당신이 요구한 조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곽민재는 한 마디 한 마디, 단호하게 끊어 말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서로 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유소희는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하지만 전 곽 대표님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일단 사귀어 보자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지내다 보면 대표님도 절 좋아하게 될지.” 유소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곽민재의 인내심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그러다 보면 따님보다 제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자발적으로 따님을 친척 집에 맡길 수도 있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확신하죠?” “저는 제 딸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과는 절대 연애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해하셨습니까?” 유소희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 하자 곽민재는 단칼에 그럴 기회조차 잘라냈다. “아시겠으면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 저를 방해하지 마시고요.” 곽민재는 눈빛마저 싸늘하게 식은 채 말을 덧붙였다. “계속 버틴다면 보안 팀을 불러서라도 내보내겠습니다.” 이게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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