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어서 저 학교 데려다줘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뒤를 돌아보니 곽민재의 얼굴에도 보기 드문 미소가 걸려 있었다.
늘 차갑기만 하던 그가 이렇게 웃는 걸 보니 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유치원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배현민이 배지욱과 함께 오고 있었다.
곽이서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마치 의기양양한 백조처럼 당당하게 걸어 배지욱 곁을 지나갔다.
나는 아이가 꼭 쥔 작은 주먹을 보며 흐뭇해졌다.
배지욱은 내 옆을 스치듯 지나며 잠시 멈칫했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그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곽이서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도 몸을 돌려 곽민재에게 향하려 했다.
그때 배현민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 지금 홍시연하고 잘 지내고 있어.”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보았다.
“그래서요?”
배현민은 우월감에 도취해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듯 말했다.
“혹시 네가 이혼을 후회하고 나랑 다시 잘해보고 싶어 한다 해도...”
“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요.”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담담히 대답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배현민 씨. 전 절대 당신을 다시 찾을 일 없으니까.”
순간, 배현민의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나는 차분히 말을 덧붙였다.
“홍시연하고 오래도록 잘 지내길 바라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려는데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뭐가 잘못됐다는 거예요?”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배현민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넌 아직도 날 사랑하잖아?”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깔려 있었다.
“지금 네가 태연한 척하는 건 다 거짓말이야. 날 후회하게 만들고 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려는 거잖아.”
“내 옆에 다른 여자가 있고 그 여자랑 잘 지내는 걸 보면 당연히 질투해야 정상이지!”
배현민은 늘 그렇게 믿어왔다.
자신이 홍시연과 애정 어린 모습을 보이면 여지안은 참지 못하고 눈물로 매달릴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그저 한 번 스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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