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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녀는 차를 몰아 곧장 은북의 호화로운 별장 구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씨 가문의 둘째 아들, 이재욱이 살고 있다. 집사에게 용건을 설명한 후, 서은수는 집사의 안내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회랑을 지나자, 호수 중앙의 팔각형 정자에서 향내가 피어올랐다. 이재욱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맑은 차를 한 잔 따라서 맞은편 자리에 내밀었다. “드세요.” 차분하고 느긋한 모습을 보아 오래 기다린 모양이다. “빙빙 돌려 말하지 않을게요, 재욱 씨.” 서은수는 자리에 앉아 차를 단숨에 마셨다. “강지훈과 이혼하고 싶은데 재욱 씨가 도와준다면 저도 원하는 걸 드릴게요.” 이재욱은 눈썹을 살짝 치키고 그녀에게 차를 다시 따라주었다. “은수 씨네 집안 문제를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죠?” “강씨 가문은 권력이 하늘을 찌르죠. 강지훈이 놓아주지 않는 한 제가 아무리 날뛰어도 소용없어요. 부현에서 그 집안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오직 이씨 가문뿐입니다.” 서은수는 뜨겁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이재욱을 빤히 쳐다봤다. “세간에서는 재욱 씨가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고, 늘 재이 씨가 실권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짜 배후의 조력자는 재욱 씨잖아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승부수를 던졌다. “구미 그룹을 합병하고 부현시를 장악하고 싶어 하는 것도 다 알아요. 도와드릴게요! 그 일은 오직 저만 도울 수 있거든요.” 이재욱은 아주 잠깐 눈동자가 빛났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재미있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노리는데 정작 은수 씨는 선뜻 그 자리를 내놓으려 하네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요 며칠 강씨 가문의 소란은 모두가 알고 있어요. 상식적으로 은수 씨는 사모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텐데요.” 서은수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창백한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저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강지훈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요.” 모두가 그녀를 사생아라며, 감히 강씨 가문을 넘본다고 삿대질하지만 정작 구미 그룹의 부흥 뒤에 서은수의 피와 땀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 그것으로 일말의 진심과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큰 가르침을 안겨주었다. 남자의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그녀 인생의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이재욱은 마침내 듣고 싶었던 답을 들은 듯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서은수는 핸드백에서 검은색 USB 메모리 스틱을 꺼내 그에게 쓱 내밀었다. “5년 전에 강지훈 몰래 집 안에 설치했던 몰래카메라에요. 여기에 강지훈이 그 여자랑 보냈던 지난 몇 년간의 ‘화려한’ 순간들이 담겨 있어요.” 그녀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감당할 수 있다면 먼저 확인해보셔도 좋아요.” 이재욱은 흠칫 놀랐다. 이 관계에서 서은수는 영락없는 피해자이고, 속고 배신당한 역할이라 여겨왔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누구보다 영민하고 생각이 깊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그들은 정말 비슷했다. “이 영상들이 유출된다면 재벌가의 오너가 이런 여자랑 추잡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에 구미 그룹 명예가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서은수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제가 가진 주식을 재욱 씨에게 팔게요. 구미 그룹이 일단 혼란에 빠지면 재욱 씨는 회사 주주로서 뭐든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딱 10조 원이 필요해요. 나머지는 재욱 씨가 다 가져요.” “좋아요. 약속하죠.” 이재욱은 찻주전자를 들어 호박색 차를 찻잔에 따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약속을 받은 서은수는 즉시 일어서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재욱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찻잔 가장자리로 넘쳐흐르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는 혼잣말로 나직이 말했다. 소리가 너무 낮아 바람에 흩날려 갈 지경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구미 그룹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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