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레스더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릴 때부터 장남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그를 엄격하게 대했고 어머니가 라우엘을 낳기 전부터 아버지는 이미 가문의 다른 아이를 배양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언제나 차갑고 엄격했다. 그는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또 가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행복까지 희생해야 했다.
글을 읽기 시작한 후로 그는 줄곧 제국의 사관 학교에 버려졌다. 이름만 볼찬이지 단 한 번도 가문의 영예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사관 학교에서는 신분을 보지 않았기에 그가 후에 대령이 된 것도 모두 혼자만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왜 계속 희생해야 하지?
“레스더? 듣고 있어?”
“네.”
“네가 아버지의 말을 잘 따른다면 앞으로 볼찬 가문의 가주 자리는 네 것이 될 거다. 그리고 제국의 모든 사람이 우리 볼찬 가문을 부러워하고 두려워할 거다. 이런 지고무상한 영광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 정도는 포기해야지. 알아들었냐?”
레스더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네.”
“그래. 우리 볼찬 가에서 사과하는 의미로 지금까지 준비해온 결혼식을 앞당길 거다. 이틀 후 너와 에밀리 아가씨는 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아버지, 결혼이 미뤄진 것 아니었습니까? 왜 약혼식을 건너뛰고 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겁니까?”
“이게 바로 우리의 성의다. 그만큼 진심을 보여줘야 상대방도 마음 놓고 우리 편이 될 거 아니냐?”
통화가 끝난 후 레스더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이틀 후면 성지우가 병원에 가서 유산 수술을 받는 날이다. 그날은 그가 아이를 잃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슬픈 날에 다른 여자와 웃으며 결혼해야 한다니.
그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머릿속에 계획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이때 에밀리로부터 전화가 왔고 전화 너머로 간호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여보세요. 가문의 결정을 들었죠?”
“네.”
“저희 이틀 후에 결혼해요.”
“알겠어요.”
레스더가 고분고분 말을 듣자 에밀리는 더욱 대담하게 다른 요구를 제기했다.
“오늘부터 두 사람 다시는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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