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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돌아갈 결심

성주희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지난 몇 년간 내가 애써 유지해 온 가면을 갈랐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속여왔던 순간들까지 전부 박살 냈다. 나는 익숙한 거실에 서 있었지만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나는 주서훈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오랫동안 주서훈의 곁을 지켰기 때문인 줄 알았어요.” 나는 소리를 지를 기운조차 없어 낮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끝내 눈물이 흘러내려 내가 들고 있는 서류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 서류는 내가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 고민하며 완성한 것이었다. 나는 주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떠나 그것으로써 내 가치를 증명하려고 했었다. “그게 중요해? 은솔아, 중요한 건 네가 주서훈의 아내라는 거야.” 하지만 성주희는 말 한마디로 내 모든 것을 깨부쉈다. “결혼이라는 건 원래 거래 같은 거야. 네가 주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면 성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발전할 수 있을 거고 너도, 네 자식도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돼. 그 외의 감정 같은 것들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어.” 성주희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방식으로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은솔아, 감정이라는 건 네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오직 이익만이 가장 순수하고 현실적인 거야. 나랑 네 아빠도 충분한 이익이 있으니까 화해하고 예전처럼 잘 살고 있잖아. 심지어 함께 너를 위해 앞으로의 계획까지 세웠고 말이야.” “엄마랑 아빠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제일 혐오하던 것이 내 미래가 되어버렸다. 성주희의 눈빛에 짜증이 스쳤다. “됐어. 이렇게 된 거 그냥 애나 빨리 낳아서 네 자리를 확실히 지켜. 당분간은 자꾸 집에 돌아오지 말고 서훈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서훈이랑 같이 와.” 나는 그제야 왜 엄마가 내가 결혼한 후 갑자기 자애로운 엄마인 척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는 내 신분과 무지함 때문에 그저 아주 짧게 나를 사랑한 것뿐이었다. 그날 나는 무턱대고 주서훈을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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