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작별 인사
내가 기억하는 스물아홉의 주서훈은 진중하고 차분한 회사 대표님이었고, 평소에는 냉정하지만 오로지 침대 위에서만 가끔 동요하는 모습을 내비치는 남편이었다.
주서훈이 이따금 방 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러줬기에 나는 정략결혼의 진실을 알고서도 무려 4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윤소민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주서훈은 가정에 충실한 좋은 남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주서훈은 내가 기억하는 주서훈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그는 초라하고 비참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앞으로 걸어가서 쭈그려 앉았다.
주서훈은 내가 보이지 않는 건지 눈을 반쯤 감고 있었고 다크써클도 굉장히 심했다. 옆에 있던 술병을 건드려서 술병이 쓰러졌지만 주서훈은 아무렇지 않게 팔을 뻗어 새 술병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제야 TV에서 우리 결혼식 날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걸 보았다.
화면은 그날 내가 주서훈의 품에 안겨 집 밖을 나서던 장면에 멈춰 있었다.
그날은 지난 생의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다.
당시 나는 내가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는 착각에 빠져 주서훈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지금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주서훈의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TV 옆 장식장 위에는 나의 흑백 사진과 작은 위패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앞에는 향로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주변에는 재가 가득 쌓여 있었고 향은 아직도 타들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 매일 향을 피웠지만 치우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았다.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본 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위패는 태어나지 못한 내 아이의 위패였다.
주서훈은 심지어 그 아이에게 주하율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나는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그 순간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서 고개를 숙여 보니 따뜻한 노란 빛이 내 손바닥 위에 떠 있었다.
나는 주서훈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 노란 빛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빛은 따뜻하고 찬란했으며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끊임없이 움직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