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허이설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마치 현장에서 바람피우는 걸 들킨 사람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녀와 용제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정태준과도 아무 관계가 없었다.
정태준은 허이설의 이상한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고 용제하를 발견하자 그 역시 잠시 멈칫했다.
용제하는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이목구비가 마치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처럼 보였다.
정태준도 허이설도 인사하지 않았다.
용제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웃는 기색은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참 우연이네.”
허이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연은 무슨. 여긴 왜 온 거야?”
“여기 학교 아니야? 학교 어디든 내가 못 올 이유는 없지.”
허이설은 손에 쥔 물병 뚜껑을 꽉 조이며 정태준에게 말했다.
“나 먼저 갈게.”
정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든 물병을 들어 살짝 흔들었다.
“다음에 보자.”
용제하의 시선이 그쪽으로 치우치며 생각했다.
다음에 보는 건 상대방도 생각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 누가 그와 다시 보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착각하고 있다고 말이다.
허이설은 자리를 떠났고 정태준의 시선이 용제하에게로 향했다.
그는 담담했고 또 당당했다.
용제하가 눈썹을 들어 물었다.
“너 허이설 보러 온 거야?”
정태준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키는 용제하와 대등했다.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래.”
숨기지 않았다.
숨길 이유도 없었다.
용제하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으며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허이설을 따라다닐 생각이야?”
정태준은 용제하를 보며 말했다.
“그건 내 일이지.”
그는 굳이 모든 걸 용제하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용제하는 냉소를 흘렸다.
“너 고등학교 때부터 허이설 좋아했지? 그래서 따라서 하경대로 오더니 이제는 일부러 앞에 나타나서 고백까지 하고...”
마지막 고백이라는 글자가 용제하의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정태준이 말했다.
“그건 내 일이야. 게다가 너랑 연애하는 사이도 아니잖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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