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용제하는 그냥 무시하고 느긋하게 외투를 입은 다음 시계를 정리했다. 벨 소리가 거의 끊기기 직전 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너머로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도착했어? 나 3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문상준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엄형수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입 모양으로 물었다.
“누구야?”
엄형수가 말했다.
“새 여자.”
문상준이 두 눈을 부릅떴다.
“얘 여자 안 만난다며?”
용제하와 알고 지낸 지 아주 오래됐지만 전화로 그를 불러 밥을 먹자고 하는 여자는 허이설 말고는 없었다.
심지어 전에 추다희와 밥을 먹은 것도 특별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또 뭐지?
허이설이 못 견디고 포기한 것도 이해가 갔다. 문상준이었다면 허이설보다 더 빨리 포기했을 것이다.
‘여우 같은 것. 아주 여기저기 사람을 홀리고 다닌다니까.’
용제하는 이미 방을 나섰고 문상준은 그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왔어.”
문상준은 어이가 없었다.
‘조금만은 무슨. 지금 나가면 한참 가야 할 텐데.’
용제하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방 안의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파 위에 있는 베개 가져가서 세탁해.”
문상준이 말했다.
“뭐? 나한테 살짝 닿았을 뿐인데 씻으라고?”
게다가 그 베개는 용제하가 그에게 던진 것이었다.
“네가 귀찮게 안 굴었으면 내가 너한테 던졌겠어?”
문상준이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세탁비 줘, 그럼.”
“돈 없어.”
“돈 다 어디 갔는데?”
문상준은 놀란 얼굴로 베개 두 개를 안고 문으로 다가가 하나를 엄형수에게 떠넘겼다.
“술집 새로 오픈해서 돈 들어갈 데 많아.”
“네가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 그리고 술집은 대체 왜 연 거야? 전에 주식으로 잘 벌었잖아.”
용제하는 신발을 갈아신은 다음 문상준을 쳐다봤다.
“갈게.”
위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아, 사람 열 받게 하네.’
문상준에게 남은 건 쾅 닫히는 문소리뿐이었다.
“성격이 저래서 언젠가 누구한테 맞을 거야.”
“감히... 때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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