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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허이설은 용제하보다 한 층 위에 살았다. 용제하는 엘리베이터로 허이설 집이 있는 층까지 올라와,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자기 층 버튼을 눌러 돌아갔다. 띵— 문이 열렸다. 두 걸음 나가던 그는 걸음을 멈췄다. 문 앞에 용호석이 서 있었다. 용제하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여긴 왜 오셨어요.” 말투는 담담했다. 코앞까지 갔지만 문을 열 생각은 없었다. 들여보내기 싫다는 태도였다. 그때 베란다 쪽에서 작은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용이든이었다. “형!” 용이든은 달려와 용제하의 다리에 매달렸다. 용제하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고, 용이든은 쿵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금세 다시 일어났다. 용호석은 아이를 힐끗 봤다.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최희원이 이혼을 요구한 뒤, 용이든을 용호석에게 넘겼고 이미 개인 교사까지 붙여 둔 상태였다. 용호석은 늘 생각했다. 최희원은 아마 평생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세상의 많은 이치를 이해 못 하는 여자였다. “얘가 너 보겠다고 계속 난리더라.” 용호석이 말했다. 용제하는 짧게 응시하고 말했다. “저한테 왜 오라고 한 거예요?” 용이든은 책을 끌어안고 활짝 웃었다. “그냥 형 보고 싶었어요. 저 이제 글 많이 알아요. 형한테 읽어 주고 싶어서요.” 용제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듣기 싫어.” 용이든의 눈이 아래로 떨어졌고, 그 순간 용제하가 말을 덧붙였다. “넌 이제 아저씨가 데려가는 거야. 우리 사이엔 앞으로 아무 관계도 없어.” 용호석의 미간이 좁혀졌다. “제하야, 넌 똑똑하잖아. 용씨 가문에서 나가면 너한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 알지?” “그래도 전 그게 좋아요.” 목소리는 차가웠다. 결국 용이든은 울면서 용호석에게 끌려갔다. 용제하는 용호석과 마주칠 때마다 기운이 쫙 빠졌다. 집으로 들어와 문에 기대 천천히 주저앉았다. 텅 빈 집을 보니 가슴 한쪽이 허전했다. 휴대폰을 꺼내 ‘허이설’ 이름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오지도 않겠지.’ 전화를 걸면 그녀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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