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허이설은 또다시 악순환에 빠졌다. 그동안 용제하와 거리를 두면서 겨우 마음을 다잡았고 그를 쫓아다니면서 튀어나왔던 불꽃들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시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허이설은 자신을 평가하는 댓글들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전생에서 4년 동안 이런 말들을 들었고 마지막에 용제하와 결혼했을 때 여론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모두가 처음부터 두 사람을 응원했다고, 잘될 줄 알았다고 떠들었다. 심지어 허이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이들까지 나중에 그녀 앞에서 아첨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인터넷의 이런 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명정화와 허상도는 퇴근 후 자주 병원에 들러 허이설을 보살폈다.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이 병원에 오기 한 시간 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허이설은 부모님이나 오빠가 일찍 온 줄 알고 들어오라고 했다. 문이 열리더니 여자 두 명이 들어왔다. 한 명은 예순쯤 되어 보이는 자애로운 인상의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마흔쯤으로 보이는 옅은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딱 봐도 나이 많은 여성이 마른 체형의 여성을 보살피는 그런 관계였다. 허이설은 두 사람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앞장서서 살짝 고개를 든 여성이 몸에 한 액세서리를 보니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물건들이었다. 지금 하경시의 별장 한 채를 몸에 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허이설은 부모님의 친구일 거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 여성의 피부가 도자기처럼 새하얬다. 몸이 너무 말라 눈도 움푹 패어 들어간 게 다소 무섭게 보였다. 병약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듯 정성스레 화장했다. “안녕하세요, 이설 씨. 이분은 이설 씨 어머님의 친구인데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면 돼요. 아, 성은 최 씨예요.” 허이설은 잠시 멈칫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그녀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려 했다. 손을 내밀고 나서야 자신의 손이 붕대에 감겨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