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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둘째 누나는 우연 형 친누나야! 어떻게 둘째 누나가 씻는 걸 훔쳐보고 속옷까지 훔칠 수가 있어?” 김씨 가문의 저택. 맞춤옷을 입고 손목에는 고급 시계를 찬 김명헌이 김우연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큰누나 김지유의 고운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김우연을 혐오 가득한 눈길로 보며 차갑게 말했다. “김우연, 우리 속옷이 왜 자꾸 없어지나 했더니 네가 훔쳤구나! 너 변태야? 애초에 너를 집으로 데려오지 말아야 했어!” 이때 둘째 누나 김슬기도 수건 하나만 두르고 길고 매끈한 다리를 내디디며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김우연 손에 있던 속옷을 홱 낚아채더니, 그대로 그의 뺨을 철썩 갈겼다. 김슬기가 욕설을 퍼부었다. “김우연, 너 이런 비열한 버릇 우리 김씨 집안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아!” 왜소한 몸에 빨아 색이 바랜 교복을 입은 김우연은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눈빛이 조금 멍해졌다. ‘나... 다시 살아난 건가?’ 그는 멀쩡한 가슴팍을 더듬었다. 지난 생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함몰된 흉골, 심장을 파고드는 고통과 질식감이 아직도 생생했다. 전생의 일을 떠올리자 그의 얼굴빛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전생의 김우연은 어릴 적 인신매매를 당했고, 열다섯 살이 된 어느 밤이 되어서야 김씨 가문 사람들이 몰래 김씨 집으로 데려왔다. 김씨 가문 사람들은 여원의 명문이라는 자부심에, 바깥에서 자란 친아들이 집안을 욕보일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진짜 도련님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집사 아들의 신분으로만 김씨 가문에서 살게 했다. 하지만 그때의 김우연은 혈연과 가족을 무척 소중히 여겨, 아버지 김병훈의 이런 조치도 개의치 않았다. 그때 그는 그저 단순히 생각했다. 친부모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김씨 가문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김우연은 어릴 적부터 가족의 정을 갈망했다. 자신만의 집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갈망해 왔다. 김씨 가문에 들어가 살게 된 뒤, 김우연은 친부모에게도, 세 명의 친누나에게도, 그리고 김씨 가문의 양자 김명헌에게도 늘 저자세로 잘 보이려 했다. 어렵게 얻은 이 가족 관계를 잘 유지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그의 모든 노력은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친어머니 조서아조차 김우연을 못 본 척하며 관심과 배려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엄마만큼 자식에게 진심인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김우연이 침대에 누워 고열이 거의 40도까지 올랐을 때조차 조서아는 친아들을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 오히려 김명헌을 따라 동물병원에 가서 그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예방접종을 맞혔다. 이 김씨 가문에서 조서아의 눈에 진짜 도련님은 가짜 도련님이 키우는 개 한 마리만도 못했다. 그 뒤로 김명헌은 김씨 가문의 진짜 도련님인 그를 죽이려고 공들여 교통사고를 꾸몄다. 그 사고로 김우연은 흉골이 부러지고, 심폐가 파열되고, 두개골이 함몰되고, 사지가 뒤틀렸다. 그는 피바다에 누워 참혹하기 그지없는 결말을 맞았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김씨 가문 사람들, 윗사람인 친부모부터 아래로 세 누나까지 그 누구도 김우연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가짜 도련님인 김명헌만 둘러싸고 무서워하지 말라, 울지 말라 달랬다. 하지만 김명헌은 겨우 살짝 긁힌 정도였다. 그때 김우연은 소리 한마디 낼 수 없었다. 그는 그들이 한데 모여 애타게 김명헌만 챙기는 모습을 그저 눈을 뜬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누나들... 나도 너무 아파요. 나도 좀 보러 와 줄래요?” 김우연은 피바다에 누워 눈물이 피와 뒤섞여 눈동자가 새빨갛게 물들었고, 눈빛에는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며 죽음에 이르렀다. 영혼이 몸을 떠나서도 그는 혹시 부모와 누나들이 가짜 도련님을 달랜 뒤에라도 한 번쯤 자신의 시신을 보러 와 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어쩌면 그들이 조금은 자책하며 그의 죽음을 두고 눈물 한 방울쯤 흘려 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부모와 누나들이 가짜 도련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도우미 하나만 남겨 그의 시신을 처리하게 하자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민들레 씨앗은 애초에 흩날리도록 정해져 있다. 돌아갈 곳을 꿈꾸어서는 안 됐다. 김씨 가문은 김우연의 집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김우연은 피만 섞인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소문이 나빠질까 걱정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그를 집에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김우연이 김명헌에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내내 환생하지 못하고 십수 년을 김명헌의 곁에서 떠돌았다. 김우연은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사고 다음 날, 김명헌이 자신을 들이받아 죽게 한 대형 트럭 운전사에게 잔금을 지불하는 모습을... 그리하여 자신이 교통사고로 죽은 진상을 알게 되었다. 김우연은 또 보았다. 김명헌이 극도로 변태적으로 세 누나의 목욕을 몰래 엿보던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전생에 김우연이 살아 있을 때는, 변태라는 누명을 오히려 김명헌이 김우연에게 씌웠다. 바로 지금 그가 갓 환생해 돌아온 이 장면처럼. 김우연은 김슬기의 손에 든 속옷을 흘긋 보고, 김명헌을 가리키며 담담히 말했다. “이 속옷은 방금 김명헌이 저한테 건넸어요. 누나들 속옷을 훔치고 씻는 걸 엿본 사람도 김명헌이에요. 못 믿겠으면 김명헌의 방으로 가서 옷장 맨 아래 서랍을 확인해 보세요.” 김명헌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곧바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지었다. “형, 어떻게 나한테 누명을 씌워? 내가 김씨 가문에 있는 게 그렇게 거슬린다면, 내가 떠날게. 형이 나를 싫어하는 거 알아. 형 기분만 풀린다면 부모님과 누나들을 떠나서 나가 살게.” 그의 눈물은 나오라면 바로 쏟아졌다. 억울함과 오기가 살짝 섞여 있어 보기에 참으로 가련했다. “명헌아, 우리 착한 동생,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여기가 바로 네 집이고, 넌 우리의 친동생이야!” 큰누나 김지유가 서둘러 김명헌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달랜 다음 차갑게 김우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가야 할 사람은 쟤야. 우리 씻는 걸 훔쳐보고, 우리 속옷을 훔쳐 가고, 게다가 남한테 뒤집어씌우려 해? 김우연, 너 같이 변태적이고 저열한 품성, 정말 역겹다! 보육원이나 진씨 가문처럼 수준 낮은 집안에서나 너 같은 걸 길러낼 수 있지!” 김슬기는 김명헌의 다른 쪽으로 와서 그의 어깨를 두드려 달래고, 혐오 가득한 눈으로 김우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진작 말했어. 김우연을 김씨 가문으로 데려오는 건 잘못된 결정이라고! 김씨 가문은 명헌이 하나로도 충분해!” 김명헌은 가련하게 눈물을 훔치면서도, 눈동자에 잠깐 자만의 빛을 스치게 했다. 그러나 그는 비굴하게 말했다. “누나들, 그렇게 말하지 마. 어쨌든 우연이 형이야말로 친남동생이잖아.” 김슬기가 말했다. “나는 김우연을 내 동생으로 인정한 적 없어! 우리 동생 할 자격도 없어!” 김우연은 김명헌의 모든 연기를 눈에 담았다. 그는 세 사람을 담담히 훑어보더니 비웃었다. “남녀유별이라 하잖아요. 친남매도 주의해야 하는데, 하물며 누나들은 김명헌이랑 친남매도 아니잖아요. 김명헌, 너도 이제 열여덟이야. 성인 남자가 울먹이면서 큰누나 가슴에 머리를 비비고... 역겹지 않아?” 김지유가 성을 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명헌이를 달래고 있었어. 누구나 너처럼 변태라고 생각해?” “그래그래, 마음대로 하세요. 셋이서 끌어안고 엉엉 울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김우연은 변명할 생각도 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전생이었다면, 그는 분명 다급하게 해명하려 들었을 것이다. 두 친누나가 자신을 오해할까 봐 겁이 나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알아서들 하라지.’ “김우연, 거기 서! 분명히 말해! 우리 집에 변태가 마구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어. 맨날 우리를 훔쳐보고, 속옷을 훔쳐 가는 괴짜는 용납 못 해!” 김슬기는 김우연이 가려 하자 소리치며 붙잡았다. “정말로 신경 쓰이면, 김명헌 침실 옷장 맨 아래 서랍을 확인하라고 했잖아요. 물론 설령 찾아도 제가 누명을 씌우려고 넣어둔 거라고 우길 수는 있겠죠. 그럼 신고하세요. 속옷에 묻은 지문 감정을 맡기면 돼요. 저는 조사에 응할게요.” 김우연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한 뒤, 지하실로 내려가 자신이 지내는 도우미 방으로 가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 방은 어둡고 눅눅했다. 위층의 호화로움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단조롭고 초라해서 값싼 1인용 침대 하나 말고는 책상 하나와 허름한 옷장 하나뿐이다. 김우연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아팠다. 둘째 누나의 따귀는 정말 세게 들어갔다. 배도 고팠다. 김씨 가문에 산 지난 3년 동안, 김우연은 제대로 배불리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게 이제는 상관없었다. 김우연은 지금 그저 잠이나 자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너무 피곤했다. 정말로, 너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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