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장
“심자영 씨는 제가 본 환자 중에서 가장 마음이 놓이는 환자예요. 시끄러운 일도...”
양 간호사는 하던 말을 멈추고 문득 책상 위에 놓인 하얀 목도리를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정말 완성했네요?”
그 말에 심자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양 간호사의 시선을 따라 탁자 위를 바라보았고 가슴이 떨려왔다.
그녀는 양 간호사를 향해 약간 불확실한 말투로 물었다.
“이 목도리가... 주경... 우리 오빠가 직접 뜬 거라고요?”
양 간호사는 그녀의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놀랍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맞아요. 설마 몰랐어요?”
심자영은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뜨개질하는 주경민은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주경민이 그녀를 위해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주경민은 워낙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손에 물도 묻히지 않는 도련님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
그런 그가 심자영을 데려온 후부터 달라졌다.
그는 서툴렀지만 묵묵히 그녀를 돌봤다.
한 번도 주방에 들어간 적 없던 주경민은 그녀를 위해 학업을 병행하면서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웠으며 기름에 손이 데었을 때도 음식이 그녀의 입에 맞는지부터 걱정했다.
생리가 와서 배가 아플 땐 아예 집에서 그녀를 보살피며 인터넷에서 생각 흑설탕 차를 끓이는 법을 검색해 직접 끓여주고 심지어 피가 묻은 그녀의 팬티까지 씻어주었다.
주경민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일들을, 그는 그녀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배우고 시도했고 그 때문에 그녀는 부드러운 환상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다 강유리의 등장으로 그녀의 환상은 와장창 깨져버렸고 더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오늘 목도리를 봤을 때처럼, 처음에 그녀도 잠시는 어쩌면 이 목도리가 주경민이 직접 뜬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곧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녀는 더는 주경민을 믿지 않았고 그래서 그에게 흔들릴 용기가 없었다.
심자영의 표정에 양 간호사는 그저 주경민이 머쓱해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