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화
“진호야, 왔어?”
곧이어 인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진호는 이금희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비록 서예은은 선을 그었지만 이금희는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듯했다.
지금은 가족을 포섭해 ‘장애물’을 제거할 타이밍이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서예은과 가까워질 테니까.
“아이고, 조심해야지. 천천히 와.”
병실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 상자를 보자 차진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할게요.”
자칫 이금희 앞에서 망신이라도 당할까 봐 조심조심 걸었다.
이금희가 말했다.
“네가 다칠까 봐 걱정되는 게 아니야. 실수로 넘어져서 사돈이 보낸 선물이라도 망가뜨리면 큰일이잖아.”
차진호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결국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니.
‘잠깐, 방금 뭐라고? 사돈?’
이금희가 말을 이어갔다.
“예은아, 네 시어머니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너무 많아서 혼자 다 먹지도 못하는데, 이참에 집에 가서 친척들한테도 좀 나눠 드려.”
서예은이 대답했다.
“네.”
차진호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미소를 잃지 않았다.
“상태 한 번 봐 드릴게요. 컨디션은 좀 어떠신가요?”
이금희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희한하구나, 오늘 주치의 선생님이 이미 회진을 마쳤을 텐데? 그건 그렇고, 우리 진호는 얼굴이 잘 생긴 만큼 실력은 당연히 좋겠지? 아마 진료받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줄을 섰을 거야. 굳이 나 같은 늙은이까지 걱정하다니, 정말 고맙고 감동이네.”
서예은은 외할머니의 예사롭지 않은 말솜씨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야말로 돌려 까는 셈이지 않은가?
차진호가 피식 웃었다.
“별말씀을요. 대단한 일도 아닌데. 그리고 예은의 동창으로서 할머님을 응당 챙겨드려야죠.”
“바쁜 사람을 계속 붙잡아둘 수는 없지. 진호야, 잘 가.”
이금희가 말을 마치자 차진호는 거의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사실은 서예은 곁에 머물면서 천천히 공략하려고 했는데 이금희에게 단번에 간파당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한 소리 듣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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