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화
권지민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땅에서 감히 자신보다 더 거만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러나 아무리 이를 갈아도 박시우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결국 분노를 삼키며 발길을 돌렸다.
떠나기 전, 그녀는 독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우 씨, 만약 제 남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박시우는 무표정하게 받아쳤다.
“폐물엔 관심 없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로 끝, 그는 서예은을 안은 채 경찰서를 벗어났다.
박시우가 떠난 뒤에도 그의 사람들은 자리를 지켰다.
모두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뒤에야 조용히 철수했다.
권지민은 이를 악물었다.
오늘 자신은 완패였다.
처참할 정도로.
주현진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고 박시우의 품에 안긴 서예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그 순간, 가슴 어딘가에서 불길한 예감이 일었다.
‘이번엔 정말 끝났구나. 이제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겠지.’
주현진은 공허함을 억누르기 위해 손을 뻗었고 허공을 움켜쥐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눈이 시큰거렸고 이내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결국 그는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때, 낯익은 구두 소리가 다가왔지만 주현진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일어나. 이 한심한 놈아.”
송미진이었다.
그의 어머니이자, 냉혹한 현실 그 자체.
주현진은 번쩍 고개를 들었고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왜요? 왜 전화 안 했어요? 왜 저를 속였어요!”
송미진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현진을 내려다봤다.
“취해서 헛소리 좀 했다고 내가 같이 미쳐줘야 하니?”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내가 그런 귀한 기회를 천한 여자한테 쓸 리가 없잖니. 이제 술 깼으면 집에 가. 여기서 창피한 꼴 그만 보여.”
주현진은 멍하니 송미진을 바라봤다.
“네 아버지 쪽 사람들도 요즘 설쳐대고 있어. 괜히 빌미 잡히기 싫으면 얌전히 따라와.”
그 말에 주현진은 더 이상 반항할 힘도 없어 그저 멍한 얼굴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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