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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고마워요, 인수연 씨.” “별말씀을요. 우리 슬기를 구해줬잖아요.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인수연은 잠시 뜸 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다음에 꼭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네요.” 서예은은 그 말에 웃으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박시우와 인훈이 안에 있었다. 박시우는 이 층이 디자인부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습관적으로 밖을 내다봤는데 진짜 멀지 않은 곳에 서예은이 서 있었다. 박시우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고 마침 서예은도 박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서예은이 살짝 입꼬리를 올려 인사 대신 미소를 짓자 박시우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인훈은 두 사람의 말 없는 대화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박 대표가 자기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굳이 일반 엘리베이터를 탄 이유가 이거였네.’ 인훈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시우와 서예은은 화장실이나 잠잘 때를 빼고는 거의 붙어 다니며 산 걸 알 리 없었다. 갑자기 떨어져 있으려니 박시우는 하루가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서예은을 보려고 이런 꼼수를 쓴 거였다. “인수연 씨, 또 봬요.” “네, 안녕히 가세요.” 서예은이 돌아서려는 순간, 박시우가 살짝 눈짓했다. 주차장에서 자기를 기다리라는 신호였다. 서예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 마침 그때, 신민재가 회의실에서 나왔다. 신민재는 서예은이 엘리베이터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 걸 보고 인수연에게 잘 보이려는 거라고 착각했다. 손님이 가버리자 신민재의 태도는 곧장 돌변했다. “서예은 씨, 수법 하나는 참으로 기가 막히네요. 인수연까지 넘어오게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네요.” 신민재는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고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 서예은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분명 더러운 수작이었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서예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신민재를 바라봤고 그 눈빛 속에 섬뜩한 날카로움이 번쩍였다. “신 부장님, 사람 마음이 더러우면 세상도 다 더럽게 보인다던데요. 오늘은 얼마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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